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이성태 前총재 "내년 통화정책 결정하기 쉽지 않을것"

핵심물가 올해 최고점 지나면서 당국자의 정책 고민 커질 것<br>높은 가계부채 문제 해결돼야


“내년에는 한국은행이 통화정책을 결정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성태(사진) 전 한국은행 총재는 23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열린 신한금융투자 리서치포럼에서 “물가가 올해 최고점을 지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내년에 경기가 하강하게 되면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선택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전 총재가 퇴임 이후 공식석상에서 강연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전 총재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짐으로 ‘높은 가계 부채’를 지적했다. 그는 “한국의 가처분소득에서 가계부채가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90%에서 2009년 153%까지 급증했다”며 “저축은행부실,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과 가계 부채가 간접적으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만성적으로 한국경제를 누르는 큰 짐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진국 대비 양호한 수준으로 평가 받는 한국의 국가 부채에 규모에 대해서도 “안심하기에는 이르다”고 조언했다. 이 전 총재는 “한국의 국가재정운용이 건실해 큰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통일, 고령화, 국민연금 문제가 있다”며 “국가 부채가 높은 나라는 강력한 재정정책을 쓰기 어렵기 때문에 안심할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들의 외국자본 유출입 규제는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 전 총재는 “한국 경제의 가장 큰 약점은 자금의 유출입에 취약하다는 것”이라며 “한국이 금융위기를 극복하려면 3,000억~4,000억달러 수준의 외환 보유액을 유지해야 하는 데 유지 비용만으로 매년 3조가 넘는 돈을 부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 신흥시장의 자본 유출입에 대해 ‘자유방임은 이제 아니다라는 의식’이 세계적으로도 확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재는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과 관련해 “결과를 속단하기 이르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그는 “세계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공격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성공 여부는 누구도 알 수 없다”라며 “일본도 1990년대 양적완화 정책을 이야기 했지만 일본은행 스스로 성공한 정책으로 생각 안 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저금리 기조에 대해서는 “미국이 워낙 큰 규모의 자금을 시장에 풀었기 때문에 그것을 거두어 들이기 시작하는 순간부터 시장에서 민감하게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정리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저금리 기조는 장기화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 전 총재는 이어 “미국과 영국이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자신들의 제도와 문제해결 방법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했다”며 “중국, 인도 등 신흥시장이 선진국의 자리를 대신할 만한 힘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에 향후 10년 간은 지난 10년보다 금융시장 측면에서 활기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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