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잉여생산능력과 油價

지난 며칠간 유가는 사상최고치를 여러 번 갈아치웠다. 미국 텍사스산중질유의 가격은 현재 배럴당 97달러를 돌파했다. 일각에서는 벌써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는 것을 기정사실화하며 그 시기만을 예측하고 있다. 이런 사상초유의 고유가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반기고 있을까. 그렇지 않다. OPEC의 새 회원국이 된 에콰도르의 석유장관 갈로 치리보가(Galo Chiriboga)는 10여일 전 고유가가 OPEC에 미칠 부정적인 영향을 경고하며 유가안정을 위한 특단의 조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OPEC이 고유가를 반기지 않는 주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고유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OPEC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왜냐하면 고유가는 경기침제를 불러오고 경기침체는 다시 석유수요의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초래하기 때문이다. 둘째, 고유가는 대체에너지원의 개발과 활용을 촉진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에너지원에서 석유가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들어 OPEC의 영향력도 당연히 감소하게 된다. 실제로 OPEC은 지난 1973년과 1978~1979년 오일쇼크의 경험을 통해 이러한 고유가의 부정적인 영향을 체감했다. 이러한 경험 이후 OPEC은 적정 유가가 그들의 이익에 부합한다고 생각해 2000년에 들어 ‘적정유가제도(oil price band)’를 운영해 왔다. 2000년대 초반까지도 OPEC은 배럴당 22~28달러를 적정 유가로 보고 이 유가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잉여생산능력(spare production capacity)’이다. 유가가 배럴당 28달러를 넘어서면 OPEC은 잉여생산능력을 가동해 석유를 시장에 추가 방출함으로써 유가의 급격한 상승을 막으려 했다. 그렇다면 현재의 고유가에 대해 OPEC이 가격조절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바로 OPEC이 석유수요의 증가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해 석유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게을리 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2000년대 초반부터 OPEC이 보유한 잉여생산능력은 감소하기 시작했다. 2002년에 1일 600만배럴에 달하던 잉여생산능력은 2003년에 들어 200만배럴 이하로 떨어졌고 현재는 100만배럴 이하로 떨어졌다. 며칠 전 OPEC의 의장 모하메드 알하밀(Mohamed al-Hamli)은 만약 시장이 필요하다면 1일 350만배럴에 해당하는 잉여생산능력을 가동할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 양은 과장된 수치이다. 왜냐하면 이 잉여생산능력 중의 대부분이 현재 정제시설로는 정제가 힘든 저품질의 원유만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잉여생산능력이 제한된 상황하에서 석유공급에 차질을 빚을 수 있는 지정학적 요인이나 계절적 요인은 유가를 치솟게 하고 있다. 문제의 심각성은 잉여생산능력이라는 것이 하루아침에 증대될 수 없다는 데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유가의 하락을 바란다면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요인은 석유수요의 감소뿐이다. 흔히 현재 고유가와 과거 오일쇼크 당시의 고유가를 비교하며 여러 전문가들이 가장 큰 차이점으로 들고 있는 것이 바로 현재의 고유가는 과거의 고유가와 달리 석유수요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2000년대 들어 석유수요 증가에 가장 큰 몫을 차지한 중국 내의 석유가격은 10월까지만 해도 보조금 형태로 싼 가격에 공급됐다. 하지만 다행히도 중국정부가 10월31일 중국 국내의 석유 가격을 10% 가까이 인상했다고 한다. 이제 이 가격인상이 중국 석유수요 감소로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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