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적인 외환시장으로 환율 주권론을 내세웠던 ‘최강(崔姜) 라인’이 결국 환율에 발목이 잡혀 무너졌다.
개각에서 교체논란이 불거진 경제팀에 대해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이 유임되는 대신 최중경 제1차관은 경질로 결론났기 때문이다. 최 차관은 지난 2003~2005년 재정경제부 국제금융국장 시절 무리한 환율 방어로 국제부흥개발은행 상임이사로 좌천됐다 강 장관의 적극적인 추천에 힘입어 2단계 승진하며 화려하게 컴백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환율시장에 대한 오판 책임을 지고 취임 4개월 만에 물러나게 됐다.
이명박 대통령은 일찌감치 강 장관 유임 방침을 정해놓고 여론의 동향을 살펴왔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하지만 현 경제팀이 경상수지 방어와 성장률 달성을 위해 고환율 정책을 펴다 물가상승을 유발한 데 대해 여권 내부에서조차 교체 불가피론이 제기되자 대신 최 차관을 인책했다는 것이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7일 최 차관 경질과 관련, “물가관리 측면에서도 그랬지만 실제로 환율 등의 기조 설정에 문제가 있었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환율을 최종 책임졌던 차관을 경질함으로써 이 같은 여론을 수렴했다”고 설명했다.
최 차관 경질에 대해 재정부 내에서는 ‘당혹스럽다’ ‘억울하게 희생됐다’라는 반응이 우세하다. 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현 정부 출범 초기에는 물가보다는 경상수지 적자가 더 큰 문제였다”며 “유가가 두바이유 기준으로 배럴당 140달러를 순식간에 돌파한 것은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던 사안”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진 것은 기본적으로 고유가 등 대외변수에 의한 것인데 이에 대해 차관에게 책임을 묻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최 차관을 환율논란의 희생양으로 삼은 것 아니냐”고 항변했다.
장ㆍ차관의 역할분담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최 차관이 금융ㆍ외환 전문가로 강 장관을 대신해 금융위원회나 한국은행 등과 논의를 주도했다”며 “갑작스런 교체로 장관이 전면에 등장해야 하는 상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다른 간부는 “대외요인 등으로 제대로 된 경제정책 한번 펴보지도 못하고 떠나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결과적으로 강 장관의 리더십도 상처를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후임 김동수 차관의 등장으로 재정부 정책 기조는 물가ㆍ민생 안정에 더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김 차관은 차관보 시절 물가ㆍ고용 문제를 전담해왔다. 별명이 ‘최틀러’로 강성인 최 차관과 달리 온화하고 합리적인 업무 스타일로 알려져 있다.
김 차관 승진으로 공석이 된 차관보(1급) 자리에는 노대래 기획조정실장(1급)이 유력하다. 이 경우 1급 승진 1순위인 임종룡 경제정책국장이 기획조정실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이 높다. 또 임 국장이 곧바로 차관보를 맡는 방안도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