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4월 24일] 정책 불협화음 왜 이리 잦나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정부의 강박증이 곳곳에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무엇보다 국정의 동반자인 여당과 마찰을 빚고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후 지난주 처음 열린 고위당정협의회는 정부에 대한 여당의 불편한 속내를 단적으로 드러냈다. 강재섭 당대표는 “여당이라고 해서 정부의 편이라고 생각하지 말라”고 못 박았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정책발표에 관해 상의하는 것을 못 봤다. 우리는 뒤치다꺼리만 한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혁신도시재검토ㆍ학교자율화ㆍ추경편성 등의 대책을 정부가 여당과 상의 없이 일방적으로 발표해 혼선을 초래한 데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결국 한승수 총리와 유우익 대통령실장의 사과로 긴장된 분위기는 일단 누그러지기는 했다. 그러나 이날 협의가 구체적인 결론을 내지 못했고 양측 브레인이 설전을 벌인 점으로 볼 때 당분간 불편한 관계는 계속될 것 같다. 불협화음은 당정 간에만 나오는 게 아니다. 부처 간에도 조율되지 않은 정책들이 중구난방으로 나와 혼선을 빚고 있다. 어느 부처가 정책을 발표하면 다른 부처가 해명하거나 부인하는 경우가 자주 눈에 띈다. 같은 정부에서 여러 소리가 나오니 국민들로서는 헷갈린다. 특히 금리와 환율정책을 둘러싸고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이 벌이는 설전은 도가 지나치다. 설전이 벌어질 때마다 시장은 된통 몸살을 앓는다. 정책이 엇박자를 내고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으니 답답한 노릇이다. 정책불신을 넘어 정부 불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정책 불협화음이 잦은 것은 무엇보다 정부 출범 초기에 개혁을 마무리 해야 하고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는 강박증 때문이다. 대통령의 뜻을 받들기 위한 부처 간의 과잉경쟁도 또 다른 원인이다. 물론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는 대통령의 다짐이 무색하게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경제가 자꾸 뒷걸음치고 있으니 답답한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 사실 요즘 새로 나오는 경제지표들을 보면 가슴이 철렁할 정도다. 3월 중 신규 일자리는 고작 18만여개에 그쳤다. 올해 35만개, 임기 5년간 3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공약이 무색해졌다. 물가를 잡기 위해 52개 품목을 집중관리하고 있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있다. 경상수지는 1,2월 두달 동안에만 무려 51억달러나 적자가 났다. 무엇하나 개선되지는 않고 악화되고 있으니 정부로서는 입이 바짝바짝 마르고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만도 하다. 하지만 의도가 좋다고 해서 수단까지 정당화될 수는 없다. 경제회생은 이 정부에 내려진 국민적 특명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정책의 일방독주까지 허용한 것은 아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도 과정을 제대로 거치지 않으면 언젠가 탈이 나기 마련이다. 정부 정책이 효과를 거두려면 무엇보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에 앞서 반드시 거쳐할 것이 여당의 지지와 협조다. 다른 부처와의 공조는 말할 나위가 없다. 부처 간의 협조는커녕 여당의 지지조차 받지 못하고 있으니 정책추진이 제대로 될 리 없다. 새 정부가 의욕에 비해 성과가 더딘 것은 이 때문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고 했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다. 급하다고 절차를 무시하면 안 된다.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접근방법을 달리해야 한다. 단기간에 성과를 내겠다는 조급증도 버려야 한다. ‘정부는 만능이다’는 생각을 가져서도 안 된다. 지금은 시장ㆍ민간 부문의 기능과 역할이 정부를 능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낮은 자세가 요구된다.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다. 힘이 있을 때 밀어부치겠다는 만용도 버려야 한다. “훌륭한 전사는 무용을 자랑하지 않고 싸움을 잘 하는 사람은 성내지 않으며, 가장 잘 이기는 자는 적을 상대하지 않고 그들 앞에서 몸을 낮춘다”고 했다. 도덕경의 가르침이다. 경제를 살리느라 스트레스가 심한 정부 사람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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