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월가 금융위기] 홍콩서 첫 '뱅크런' 발생

5위 동아銀 경영위기 루머로 수백명 몰려<br>"아시아 시장 투자심리 악화 보여주는 사례"



동아시아 금융중심지인 홍콩 5위의 상업은행에서 대규모 현금 인출 사태(뱅크런)가 발생했다. 월가의 금융위기가 전세계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미확인 루머에도 흔들릴 정도로 글로벌 금융시장이 극도로 불안함을 보여주는 사례다.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홍콩 주요 은행인 동아(東亞)은행(Bank of East Asia)에서 경영이 불안하다는 루머가 확산되며 대량의 자금 인출사태가 빚어졌다고 보도했다. 홍콩에 뱅크런이 발생한 것은 1997년 아시아 통화위기 이후 11년만이다. 동아은행의 뱅크런이 발생하자 조셉 얌 홍콩금융청 총재가 나서 예금자들에게 안정을 당부하며, 5억 달러의 긴급유동성을 지원했으며, 홍콩 최대재벌인 리카싱이 동아은행 주식을 매입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24일 동아은행이 경영위기에 봉착했다는 루머가 확산되면서 91개 지점에 예금을 인출하려는 수백 명의 고객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홍콩 금융당국의 위기진정 노력으로 25일에는 예금자의 줄이 줄어들었다. 동아은행은 자산규모로 홍콩에서 5위이며, 현지 금융계의 실력자인 데이비드 리씨가 이끌고 있다. 홍콩 은행 법규에 따르면 은행이 파산 상태에 직면할 경우 예금자 당 10만 홍콩달러(1만2,900달러)까지 예금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데이비드 리 동아은행 대표는 "일각에서 은행의 자금 상황에 대해 좋지 않은 루머를 퍼뜨리고 있지만 충분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 측은 "자기자본비율이 14.6%로 요구 수준 이상이며 리먼브러더스와 AIG로부터 사들인 유통 부실 채권 규모도 은행 총자산(510억 달러)의 0.12%에 불과하다"고 긴급 진화에 나섰다. 홍콩 금융 당국 역시 "은행 예금은 매우 잘 보호되고 있고 유동성도 충분하다"며 "루머는 절대적으로 사실무근"이라고 말했다. WSJ은 이번 사태가 금융 대란 파고에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온 아시아 시장도 투자 심리가 매우 유약한 상태에 처해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WSJ는 현지 전문가의 말을 인용, "앞으로 특정 금융기관이 어려움을 겪는다는 신호가 보일 때마다 이 같은 인출 사태가 재발될 수 있다"고 평했다. 그러나 이 같은 루머는 일면 은행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주 동아은행은 회사 직원인 파생상품 트레이더가 순익을 임의로 조작한 사례가 드러났다며 상반기 순이익을 1억2,000만 달러에서 1억500만 달러로 수정했다. 홍콩소재 헤지펀드인 라미우스 캐피털 그룹의 빈센트 램 펀드매니저는 "은행업은 자신감에 기인한 비즈니스인데, 은행이 공개한 실적을 수정할 경우 이 같은 신뢰도가 훼손될 수 있다"고 말했다. 동아은행이 신뢰도 문제에 휩싸인 것은 지난 2월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당시 다우존스 이사였던 데이비드 리 대표는 인수설과 관련된 내부자 거래 혐의로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810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 받아 홍콩 정부 각료 직에서 물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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