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예측불허 환율 "내년 계획 커녕 그날그날 상황따라 대응"

수출 결제통화 달러서 유로화로 전환 모색<br>대기업, 시장상황 주시하며 선물환 매도 나서<br>중소기업 환변동보험 가입 급증 3일새 468곳이나


“환율 급등락이 너무 심해 아직 내년 사업계획을 짜지 못하고 있다. 내년 환율 기준을 잠정적으로 900원으로 맞췄지만 800원대까지 내려간다는 전망이 있었는데 지금은 갑자기 930원대까지 올랐다.” 현대기아차의 한 관계자는 최근 불안한 외환시장에 따른 사업계획 수립의 어려움을 이렇게 전했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원ㆍ달러 환율 변동으로 연말 수출 및 경영 실적을 관리해야 하는 국내 기업들이 ‘복병’을 만났다. 글로벌 달러 약세가 여전한 상황에서 환율이 급반등하자 대부분의 시장 관계자들이 ‘이젠 떨어지겠지’라고 전망했지만 이후에도 몇 차례 출렁이더니 급기야 930원선을 돌파했다. 기업 자금팀 관계자들은 “(지금의 환율 움직임은) 예측이 가능한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그날그날 상황을 봐가며 대응하는 형편”이라고 입을 모았다. ◇“급등락하는 환율, 대책이 없다”=원ㆍ달러 환율 상승, 즉 원화 값의 하락은 당장 수출기업에 호재가 된다. 해외 시장에서 같은 가격으로 팔려도 손에 쥐는 원화는 많아지기 때문. 중소 수출기업 관계자는 “환율이 정말 800원대로 떨어질까 봐 노심초사했는데 이 정도 환율이면 감지덕지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지나칠 정도로 가파르게 오른 탓에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유압파쇄기 제조업체인 코막중공업의 유정원 전무는 “환율이 오르니 원자재 조달비용도 같이 올라 마진이 오히려 줄었다”며 “또 들쭉날쭉하는 환율 때문에 제품 가격도 책정하기 어렵고, 아무튼 환율 등락이 심하면 우리 같은 수출기업들은 바로 악영향을 받게 된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유 전무는 또 “환율이 오르는 추세지만 변동성이 커 사업계획을 잡기 어렵기 때문에 결제통화를 유로화로 전환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환율의 예측 불가능성 때문에 고심하는 것은 대기업도 마찬가지다. GM대우의 한 관계자는 “달러화 가치 변동이 워낙 가팔라 현재로선 이렇다 할 대응책이 없는 형편”이라며 “다만 유럽은 물론 아시아ㆍ중동ㆍ아프리카에 수출할 때 달러보다는 유로화 결제를 유도하는 정도”라고 말했다. 윤재만 무역협회 팀장은 이와 관련, “세계 금융시장 기조상 떨어져야 할 것 같은 환율이 한국만 거꾸로 계속 오르는 등 예측이 어렵다”며 “이 때문에 가격정책과 수출계약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기업들이 많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환변동보험 가입 급증=수출전략과 함께 환위험 관리도 쉽지 않은 숙제다. 대기업들은 시장 상황을 예의 주시하며 선물환 매도에 나선 상태지만 환율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김근철 산업은행 트레이딩센터 과장은 “최근 일주일 사이에 대기업들이 매도한 선물환 규모가 60억~70억달러(약 5조6,000억~6조5,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매도세가 꾸준하지만 또 오를지도 모른다는 예상 때문에 조금 지켜본 후 매도하려는 분위기도 있다”고 말했다. 환율 상승에 따라 중소기업들은 최근까지 관심 밖이었던 환변동보험에 서둘러 가입하고 있다. 환율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전 하루 가입실적이 20~30개 기업, 300억~400억원(보험가입금액)에 불과했지만 이번주 들어서는 3일 만에 468개 기업, 6,210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이 상품은 가입시점의 환율보다 자금결제 때의 환율이 떨어져 기업이 환차손을 입을 경우 이를 보전해주는 상품이다. 송진성 수출보험공사 외환기획팀 부부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환변동보험 외에는 환위험을 관리할 수 있는 수단이 별로 없다”며 “최근 이처럼 가입실적이 급증하는 것은 중소기업들이 환율이 정점에 다다랐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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