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문화·수직계열화” 양면 전략(정유·유화)

◎전환기 국내 유화업계/범용제품 주류 기술기반 취약·가격경쟁력 한계점/성장기반 확보·신소재등 특화 “두마리토끼 잡아라”「쿼바디스 도미네」. 최근 국내 석유화학업계의 입장은 이 한마디로 표현된다. 국내 유화산업은 그동안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과감한 투자를 집중, 세계 5위의 석유화학 제품 공급국으로 부상했지만 그 다음 갈길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석유화학시장은 21세기 무한경쟁시대를 앞두고 구조적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고 우리가 생산하는 주요 품목은 아시아 개도국의 추격으로 대부분이 공급과잉상태를 보이고 있다. 밑(범용제품)에서는 아시아 개도국에 추격당하고 위(고부가가치제품)에서는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 밀리는 전형적인 샌드위치 신세가 되고 있는 것. 여기에다 최근에는 극심한 불황까지 겹쳐 국내 유화업계의 입장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구조적 변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최근 국내 유화업체들이 21세기에 대응한 방향설정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최근 세계화학산업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연관 가공제품의 고성능, 고기능화가 뚜렷해지고 있고 범용 제품의 비중은 점차 감소하고 정밀화학과 신소재 등 특수화학제품의 비중은 점차 커지고 있다. 또한 시장구조의 변화로 선진 다국적 화학기업들은 기존 범용화학 제품의 적정 생산체제를 유지하면서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화학 분유야의 개발과 생산확대에 역점을 두는 경영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선진 화학업체들은 주요 원자재의 안정적 확보와 연관산업의 해외진출을 위해 주수요 잠재국을 중심으로 현지 투자를 확대하는 등 글로벌화 또한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또한 산업의 대형화도 새로운 추세로 꼽힌다. 유럽과 일본 등 선진 화학업체들은 범용 화학제품에 대해서는 기업간 합병을 통해 규모의 대형화를 꾀하거나 개발, 생산, 판매, 물류 등의 분야에서 전략적 제휴를 통해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 94년 일본 미쓰비시화성은 미쓰비시유화를 합병해 95년 매출액 1백70억달러의 세계 7위권 화학기업으로 부상했고 영국의 쉘과 이탈리아 몬테디손이 합병해 세계 최대의 올레핀 메이커로 등장한 것이 좋은 예다. 이에비해 국내 유화산업은 대대적인 설비증설을 단행해 지난해에는 수출액이 58억달러에 달해 전자와 섬유에 이은 제3위의 수출품목으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구조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는 환경변화에 직면, 한계점을 노출하고 있다. 국내 유화산업은 합성수지가 전체 생산량의 44%(95년)에 달하는 등 범용제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범용위주의 대량생산 구조는 성장을 촉진해온 장점이 있으나 시장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처할 수 없는 단점이 있다. 국내 유화업체들의 특화제품 생산비중은 10%에 불과한 반면 미국 뒤퐁사는 31%, 영국 ICI사는 58%, 일본 미쓰비시는 53%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여기에다 국내 유화산업의 기술기반도 취약하다. 뒤늦게 출발한 국내 유화산업은 제조기술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고 있고 신소재, 정밀화학 등 첨단기술은 선진국들이 기술공여를 기피해 지속적인 성장에는 한계점을 드러내고 있다. 결국 국내 유화산업은 선진국에 비해 가격경쟁력 기술력 경영환경 모든 부문에서 취약성을 드러내고 있다. 이같은 시장환경변화에 대응한 국내 유화업계의 활로는 두가지 뿐이라는 것이 업계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수직계열화냐 전문화냐」 이다. 즉 나프타 분해설비 능력 확충을 통해 거대유화업체로 발돋움 하느냐 아니면 전문화를 통해 첨단 정밀화학산업으로 발돋움하느냐의 두가지 명제다. 최근 국내 유화업체들이 설정하고 있는 21세기 전략을 살펴보면 새로운 활로에 대한 기업들의 선택방향은 두가지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LG, 유공, 대림, 한화, 삼성종합화학 등 유화업체들은 합성수지를 비롯한 기존 범용제품의 규모를 키워 이익을 확보하고 이를 토대로 정밀화학 분야 등 전문분야로 특화를 추진하는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 LG화학은 양과 질에서 모두 1등수준을 달성한다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LG는 이를 위해 전략적 신사업 개발 글로벌 인재육성 세계 주요 전략지역 선점 등을 골자로 하는 「도약 2005」전략에 근거해 오는 2005년까지 해외 매출액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고 중국, 동남아 인도 등에 대규모 화학공장도 건설할 계획이다. 한화종합화학은 단기적으로는 현재 범용제품 중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급성장하고 있는 아시아권, 특히 중국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 이익을 확보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방침이다. 이를통해 한화는 선진기업들과 기술제휴를 통해 정밀화학 분야로 진출한다는 장기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와함께 폴리에틸렌과 합성수지 등 원료부문을 핵심사업부문으로 선정하고 해외생산기지를 구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유공은 세계일류 화학업체로의 도약을 위한 전략을 ▲글로벌화 ▲집중화 ▲첨단화의 3가지 방향으로 설정하고 오는 2000년까지 3천억원을 투자해 에너지 화학분야의 연구개발력을 강화할 계획이다. 유공은 무분별한 사업다각화를 지양하고 합성수지와 원료, 방향족 사업분야를 핵심사업으로 설정해 이 분야에 대한 설비와 연구개발을 집중시킬 계획이다. 대림산업은 「다각화된 세계적인 화학회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오는 2005년까지 연구개발 투자비율을 매출액 대비 3.5% 수준으로 높여 단기적으로는 특화제품 개발 및 응용기술을 개발하고 중장기적으로는 다각화를 위한 기반기술과 원천기술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범용제품 중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은 과감히 포기하고 부가가치가 높은 컴파운딩 기술을 개발해 생산의 전문화를 이룰 계획이다. 현대석유화학 역시 기존 범용제품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나가고 정밀화학과 신소재 등 고부가가치 제품은 첨단석유화학 부문 및 가공사업에도 진출한다는 장기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위해 촉매를 사용한 골곡탄성률, 열변형 온도, 물성 등이 뛰어난 폴리프로필렌을 생산할 계획이다. 삼성종합화학은 현재 연산 55만톤 규모의 생산능력으로 아시아 최대규모를 갖추고 있는 스티렌모노머(SM)와 고순도 테레프탈산(TPA)분야로 다각화를 추진해 이를 양대축으로 발전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연산 25만톤 규모의 테레프탈산공장은 내년초에 완공을 앞두고 있다. 또 고부가가치 제품의 복합수지 생산능력도 현재 연산 3만톤에서 5만톤으로 늘리고 수출선도 미국과 남미 등지로 다변화할 방침이다. 결국 국내 유화업체들이 선택한 21세기 생존전략은 전문화와 수직계열화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수직계열화를 통한 성장기반의 확보와 이를 통한 정밀화학, 신소재 분야로의 전문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민병호> ◎주요그룹 사업방향/삼성­TPA부문 세계 3대 메이커로/현대­NCC 중심 기본사업구조 충실/한화­ABS·옥탄올·PP부문 참여 국내 유화업체들의 사업구조는 기본적으로 NCC(나프타 분해시설)를 중심으로 중간원료­합성수지­합성고무­합섬원료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축으로 한다. 최근에는 정유사를 중심으로 하는 BTX사업의 전개와 이에따른 합섬원료 사업에도 많은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유화사업은 그 규모와 종류에서 방대하기 때문에 국내 유화업체들은 자사에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업분야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주력부문을 특화시키고 있는 추세다. LG그룹은 LG정유를 중심으로 NCC, 중간원료, 합성수지에 이르는 완벽한 상향식 수직계열화를 구축하고 있는데 LG화학­LG석유화학을 축으로 하고 있다. LG화학은 합섬원료를 제외한 전부문에 고른 사업분포를 나타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합성고무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비교적 뒤늦게 유화사업에 뛰어든 삼성그룹은 NCC와 함께 제일모직의 ABS 및 PS, 폴리올레핀 등의 사업을 집중 추진하고 있다. 삼성그룹이 특화시키고 있는 분야는 삼성석유화학의 합섬원료사업이다. 삼성은 이 회사의 TPA 부문을 세계 3대 메이커로 키운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대그룹은 NCC를 중심으로 한 기본 사업구조(에틸렌 및 합성수지)에 충실하고 있다. 이전에는 금호석유화학이 독점하고 있던 BR, SBR 등 합성고무 사업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에틸렌 글리콜 등 기존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현대는 최근 발표한 제2 NCC 건설 방침에도 나타나듯 기존의 다운스트림 신증설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선경그룹은 (주)유공의 정유사업과 NCC사업을 축으로 하고 있다. 유공의 NCC및 BTX 사업과 프로필렌 부문으로 특화돼 있는 유공옥시, 합섬원료를 생산하는 선경인더스트리 등으로 구성돼 있다. 유공은 최근 TPA와 그 원료인 파라자일렌 분야에 투자를 늘리고 있으며 합성수지 증설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은 LG와 유사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전부문에 고른 품목 분포를 가지고 안정적 바탕위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한화종합화학을 내세우고 있는 한화그룹은 기존 생산설비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함께 스틸렌 모노머를 원료로 한 ABS사업에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내년에는 옥탄올과 PP사업에도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한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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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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