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환율정책, 3대 딜레마에

펀더멘털은 상승 부추기고 ■외환보유액도 갈수록 감소 ■'정부 패' 시장에 노출까지


“물가부담으로 매도개입을 하기는 하나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닙니다.” 환율정책이 딜레마에 빠졌다. 외환당국은 물가관리 차원에서 시장개입을 통해 환율을 하향안정 쪽으로 유도하고 싶지만 주변이 온통 상승 변수로 둘러싸여 있는데다 외환보유액도 축나는 등 상황이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문제점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국내외 경제를 둘러싼 펀더멘털이 환율상승을 부추기고 있다. 경상수지가 5개월째 적자행진을 지속하고 국제유가가 130달러를 넘는가 하면 외국인들이 이달 들어서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2조원 이상의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모두 달러 매수 요인이다. 당국의 매도개입과는 분명하게 배치된다. G8 재무장관회의에서 강(强)달러 논의가 흘러나오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달러를 쏟아내는 족족 시장에서 거둬들인다”며 “사자 세력이 워낙 탄탄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16일 외환당국이 수억달러를 풀었음에도 원ㆍ달러 환율이 2원70전 하락하는 데 그치자 17일 강도 높은 구두개입과 함께 다시 10억달러 이상 시장에 쏟아내 환율을 15원10전 떨어뜨렸으나 하루도 지나지 않아 18일 환율은 다시 5원90전 오른 1,029원10전에 마감했다. 그만큼 달러 수요가 많다는 것이다. 두번째 딜레마는 갈수록 위축되는 외환보유액 규모이다. 5월 외환보유액은 2,582억달러로 전달보다 23억달러 줄었다. 5월27일 환율이 1,050원대로 치솟자 이를 끌어내리기 위해 무려 25억달러를 방출한 탓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로 시장개입에 100번 나서면 외환보유액은 거덜난다”며 “아직 외환보유액을 걱정할 단계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피 같은 실탄을 무작정 남발하기에는 부담이 크다”고 걱정했다. 이 때문에 과연 언제까지 매도개입에 나서야 하는가도 당국의 고민이다. 정부 당국자는 “마음만 먹으면 더 확실하게 끌어내릴 수도 있지만 그럴 경우 펀더멘털 여건과 더욱 괴리될 수 있고, 특히 외환보유액을 감안할 때 언제까지나 계속할 수도 없어 고민이 많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세번째 딜레마는 정부가 이미 시장에 패를 노출시켰다는 점이다. 정부가 물가 우선으로 환율정책을 펼치겠다고 여러 차례 표명했기 때문이다. 이는 고환율에서 저환율로 방향을 틀고 여차하면 매도개입에 나서겠다는 의미이다. 정부의 정책방향이 너무 노골적이어서 오히려 투기세력의 농간에 말려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시장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이 같은 상황 때문에 한국은행조차 환율에 대한 시각이 상당 부분 바뀌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한달 전만 해도 환율을 하향 안정시킬 수 있다고 예상했지만 지금은 워낙 상승변수가 많아 고환율 체질개선이 쉽지 않다는 게 한은 내부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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