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위원회 위상 강화돼야
무역위원회가 중국산 마늘수입에 대한 세이프가드 연장 신청에 대해 조사개시를 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을 두고 논란과 후유증이 뒤따르고 있다.
무역위의 결정에 대한 농민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는 가운데 전성철 무역위원장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무역위가 세이프가드 연장신청에 대해 조사개시를 하지 않기로 한 배경은 크게 두가지로 압축될 수 있다.
우선 법적인 측면에서 무역위가 조사개시여부를 결정하는 회의가 열리기 전에 정부가 1조8000억원 규모의 마늘산업 종합대책을 발표함으로써 마늘수입에 대한 조사개시를 하지 않아도 되는 요건이 충족됐다는 점을 들수 있다.
세이프가드 조치의 근거법인 '불공정 무역행위 및 산업피해구제에 관한 법률(제16조 1항 3호)'은 '피해나 피해우려를 구제하기 위한 조치가 취해지는 등 조사개시가 필요없게 된 경우는 피해조사 신청을 기각한다'로 규정하고 있다.
마늘산업대책이 나오지 않았다면 모르지만 마늘산업에 대한 대규모 재정지원을 주요내용으로 하는 종합대책이 나온 상황에서 산업피해 조사에 들어가는 것은 무리라고 판단했을 것으로 보인다.
둘째로는 정부의 마늘산업 종합대책이 세이프가드 조치를 연장하지 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나온 것이기 때문에 무역위원회의 피해조사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무역위원회가 피해조사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반드시 세이프가드조치를 연장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뿐더러 설사 세이프가드를 연장키로 결정하고 정부에 건의하더라도 정부가 이미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무역위원회가 피해조사에 들어가는 것은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마늘문제와 관련한 일련의 과정에서 무역위의 기능과 역할이 정부의 행정적인 조치 등으로 인해 무력화 또는 무의미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례가 됐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국제무역규범에 따라 불공정무역행위 등으로부터 산업피해구제제도를 담당하는 무역위의 위상과 역할에 대한 인식전환과 함께 제도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과거 수출주도 성장과정에서 우리나라는 선진국의 반덤핑 또는 세이프가드 조치등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입은 처지였기 때문에 산업피해구제제도가 수동적으로 운용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시장개방과 함께 국내시장규모가 커지면서 이제 국내산업들이 외국의 불공정무역행위등으로 피해를 입는 사례들이 크게 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여건변화에 부응하는 방향에서 무역위원회의 위상과 역할을 강화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