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이라크 전쟁 발발과 함께 원유 등 에너지 수급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비상대책반을 가동할 예정이다. 산업자원부는 일단 겨울철이 넘기면서 에너지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심각한 에너지 수급 불균형은 빚어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전쟁 영향으로 호르무즈해협 등 주요 수송로가 봉쇄될 것에 대비해 선박 운항일정 등을 24시간 내내 관리할 방침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이라크 전쟁으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뛸 가능성은 있지만 공급 자체가 차질을 빚지는 않을 것”이라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수급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현재 98일분에 이르는 비축유를 방출하는 등 비상대책을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 등 에너지 수급 차질은 없을 듯=작년 말부터 이라크 전쟁 발발 우려 및 베네주엘라 파업사태 영향으로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올랐지만 수급차질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이제 겨울철을 넘긴 만큼 에너지 수요도 줄고 있어 에너지 파동에 대한 우려는 크게 줄어들었다. 따라서 전력사용량이 연중 최대치를 기록하는 여름철까지는 에너지 수급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의 원유비축량 등을 고려할 때 에너지 수급 비상사태는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부 및 민간의 석유비축량은 1억3,956만배럴으로 국제에너지기구(IEA) 기준 97일분의 물량을 예비로 보유하고 있다. 또한 유가완충자금은 4,937억원에 달해 석유가격이 급등할 경우 이를 활용해 가격 상승분을 일부 흡수할 수도 있다.
◇정부 에너지비상대책반 통해 단계적 조치 추진=산자부는 에너지대책반을 가동해 석유, 가스, 전력 등에 대한 수급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 한편 이미 수립한 비상대책을 단계별로 시행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단기적인 수급차질이 우려될 경우 지역난방을 제한적으로 공급하는 한편 에너지를 많이 쓰는 업체에 대해서는 전력 직접부하제어를 실시할 예정이다. 또 사재기나 부당한 가격인상 등 수급교란행위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지역에 따라 수급차질이 생길 경우 국지적인 수급조정명령권을 발동하기로 했다.
정부는 전면적인 수급차질이 빚어지는 최악의 상황이 닥칠 경우 정부 및 민간이 보유한 비축유를 방출하고 유가완충자금 집행을 통해 최고가격고시제를 실시하는 한편 전면적인 수급조정명령권을 발동하고 석유배급제도 시행할 예정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배급제 등 극단적인 조치는 수급이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경우에만 동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원유수송로에 대한 모니터링 강화=이라크 전쟁이 발생하면 미국이 호르무즈해협 등 주요 수송로에 대한 통제 조치를 취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에 따라 정부는 원유수송 선박 및 운송로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수급 차질에 대비할 예정이다. 현재 우리가 수입하는 전체 원유 가운데 중동산(두바이유) 비중이 70%를 넘기 때문에 해협 봉쇄 등 수송로에 대한 통제는 원유 수송시간도 현재보다는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91년 걸프전이 발생했을 때도 미군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각국 선박들을 검문한 후 미군함의 호위 아래 선단을 이뤄 걸프만으로 진입하도록 했다. 따라서 미국은 이번에도 비슷한 형태의 운항 통제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이런 통제조치가 이뤄지더라도 모든 중동산 원유수송이 지연되는 것은 아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레이트(UAE)의 경우 이라크 해역과 다소 떨어져 있어 수송이 중단될 가능성은 아주 낮다. 단 쿠웨이트나 이란산 원유는 미군의 통제조치가 이뤄지면 수송에 다소 차질이 빚어질 수도 있다.
해양부 관계자는 “이라크의 해군 및 공군력이 아주 취약해 인접 국가 해역으로 진출할 여력이 없기 때문에 원유수송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문재기자 timoth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