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부자의길, 인터넷과 통신에 있다

아시아 100대부자 분석…'인맥 비즈니스'등 강조하늘의 수많은 별들이 명멸하듯, 계절따라 수많은 꽃들이 피고지듯, 세상의 부자들도 부침을 거듭한다. 멀리 찾을 것도 없다. "세계는 넓고 할 일은 많다"며 불사조 같은 기세를 보였던 김우중 전 대우그룹회장만 봐도 그렇다. 별들의 명멸에서 세월을 알고, 꽃들의 피고짐에서 계절을 감지하듯, 부자들의 부침 속에서 시대의 변화 따라 돈이 모이고 흩어지는 섭리를 읽을 수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저널리스트인 제프 히스콕의 저서 '아시아의 억만장자'는 아시아 지역의 100대 부자들의 면면을 통해 경제의 변화와 산업의 흐름에 대한 이해를 돕고, 부자가 되는 길을 엿보게 해 준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현재까지, 아시아 경제는 이미 성장의 엔진이 멈춘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그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2001년 한 해에만 아시아 부자 11만명이 전세계 고수익 자산가 명단에 새로 올랐다"면서 아시아 경제가 여전히 활발하게 성장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여기서 말하는 고수익 자산가는 자산 100만달러를 가진 사람을 말하며, 이에 해당하는 사람이 아시아에만 173만명이나 된다고 한다. 저자는 부자의 트렌드를 보다 명확하게 드러내기 위해 분석 대상을 상위 100명으로 간추린다. 이 책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전인 1997년이후 100대 부자 중 24명이 떨어져 나갔고, 순위 변동도 많았다. 2001년 아시아 최고 부자인 리카싱(李嘉誠) 일가는 97년 6위에서 5계단 뛰었으며, 순위에도 없었던 인도 위프로그룹 회장은 일약 10위의 자리에 올라섰다. 한국의 경우 최태원 회장 일가가 53위에서 29위로 순위가 크게 상승한 반면, 97년 10위권에 들었던 현대그룹은 56위로 추락해 대조를 보였다. 순위가 상승한 부자들은 인터넷과 통신산업에서 성공을 거두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리카싱의 경우 그의 차남 리처드가 설립한 인터넷 회사 퍼시픽센추리사이버워크스(PCCW)가 IT붐을 타고 급성장했고, 인도의 위프로그룹은 일찍이 1980년대 IT분야에 진출해 눈부신 성공을 거두었다. 4년새 24계단이나 수직상승한 한국의 SK그룹의 성공은 주력기업인 SK텔레콤의 실적에 힘입은 바 크다. 이 같은 공통점에 의거, 저자는 "인터넷 모바일은 아시아와 아시아 부의 특징을 규정한다. 인터넷 모바일 사업은 한국과 중국, 일본과 인도의 젊은 기업가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주고 있다"고 말한다. 저자는 최근 1~2년간 전세계를 강타한 IT거품 붕괴에 대한 부분을 빼놓지 않고 언급한다. 그러나 이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큰 흐름은 역시 인터넷 모바일에 있음을 거듭 확인한다. 저자가 '어쩌면 인터넷 보다 더 강력하다'고 강조하는 또 하나의 무기가 있다. 바로 인맥이다. "서구사회와는 달리 아시아 비즈니스에서는 신용과 신뢰가 목숨처럼 소중하게 받아들여지므로, 인맥의 힘이야말로 국경까지 초월하는 엄청난 비즈니스의 힘을 발휘한다"고 설명한다. 또한 중국ㆍ인도네시아ㆍ태국ㆍ필리핀 등지에서 가족경영 회사들이 착실히 힘을 키워가는 모습은 서구인들의 눈에는 불가사이한 일로 비쳐질 테지만, 아시아에서는 엄연한 현실이라고 덧붙인다. 그러나 지난 외환위기에서도 경험했듯이, 인맥 중심의 비즈니스는 세계화의 격랑에서 커다란 벽에 마주서 있다. 저자도 "아시아적인 가족 비즈니스에서 출발한 재벌은 세계화에 대응할 수 없다"는 미국의 경영 전문가 마이클 포터의 경고를 의미 있게 받아들인다. 그러나 "가족경영 회사가 세계적인 브랜드를 확립할 수만 있다면 세계화의 파고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면서 부자의 길에 왕도가 따로 없음을 강조한다. 문성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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