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름값, 올릴땐 번개같이 내릴땐 미적미적

국제유가 20% 내렸지만 소비자가 4%인하 그쳐경기도 일산에서 서울 광화문까지 매일 승용차로 출퇴근 하는 C모(36)씨는 요즘 기름을 넣기 위해 주유소를 찾을 때마다 부화가 치민다. 연일 매스컴에서 국제유가가 연중 최저 치로 떨어졌다는 외신 보도가 계속 되고 있는데도 국내 휘발류값은 유가가 한창 치솟던 1,300원대에서 좀처럼 내려 가질 않고 있기 때문이다. C씨는 "국제유가가 오를 때마다 민첩하게 국내 휘발류값을 올리던 정유사들이 요즘 유가폭락에는 왜 그렇게 더디게 움직이는지 모르겠다"며 "주유소들도 가격을 담합해 일괄적으로 1,300원대의 기름값을 고수하고 있어 결국 소비자만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 국제유가 20% 하락에 국내기름값 4% 내려 현재 국제원유 가격은 미국테러 사태에도 불구하고 세계경제 침체 우려감 때문에 9월 초에 비해 20% 이상 급락한 상태다. 특히 국내에서 주로 수입하는 중동산 두바이유(현물가격 기준)는 8월에 배럴당 평균 24.52달러까지 올랐다가 9월에는 24.16달러, 10월에는 19.72달러까지 내렸다. 이에 따라 SK는 지난 9월초 공장도 가격을 ℓ당 29원 내린 데 이어 지난 1일 ℓ당 20원을 다시 인하, 공장도가를 1,170원으로 낮췄으며 LG칼텍스 정유도 공장도가를 ℓ당 1,219원에서 1,170원으로 낮췄다. 현대정유는 이달초 한차례 가격 조정을 실시, 1,180원으로 내렸다. 그러나 지난 두 달 사이 국제 유가가 20% 가까이 하락한 것에 비교하면 정유사들이 내린 휘발유 공급가격은 ℓ당 20~49원으로, 원가(세금 제외하면 ℓ당 345원)의 2~5%에 불과하다. 전국의 주유소에서 판매되는 휘발유 소비자가격도 두 달새 4%(ℓ당 평균 14.11원) 내리는 데 그쳤다. 정유사들은 "그 동안 국내 정유 사들끼리 가격경쟁이 심해 고유가 시절에도 인상분을 소비자가격에 전부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가격을 조금만 내린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 복수폴사인제(복수상표표시)가 오히려 가격인하 발목 지난 9월초부터 시행된 복수폴사인제는 한 주유소에서 2가지 이상 상표의 기름을 판매할 수 있도록 해 기름값 인하경쟁을 부를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복수폴사인제가 도입 된지 두 달이 지났지만 전국적으로 이를 도입한 주유소는 한곳도 없으며, 정유사들은 자기상표 사용을 미끼로 주유소들의 높은 판매가를 방치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 주유소 가격비교 사이트인 오마이오일(Ohmyoil.com)에 따르면 지난 9일 현재 주유소의 휘발유 가격은 ℓ당 1,461~1,139원에 걸쳐 있으며 가장 많은 주유소들이 책정하고 있는 가격은 ℓ당 1,294원 이었다. 특히 서울의 경우 평균 소비자 가격은 ℓ당 1,289원으로 나타나 SK등의 공장도가격보다 ℓ당 100원 이상 비쌌다. 9월초 공장도 가격을 내리기 전 많은 주유소들이 ℓ당 1,314원을 받았다는 점에 비쳐볼 때 적잖은 주유소들이 고작 ℓ당 20원 만을 내린 셈이다. 이영원 LG칼텍스정유 부장은 "유가하락에 맞춰 휘발유 가격을 내리고 있지만 국내 석유 제품의 가격 구조와 주유소들의 횡포 등 외부적인 요인들 때문에 소비자들이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유사들은 유가가 떨어졌어도 마진을 거의 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석영기자 최원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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