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르포] 파업 3일째 평택항 가보니…

"수출 납기 맞추려면 한시 바쁜데" 中企관계자 한숨쉬며 발길 돌려<br>터미널 입구선 막아선 노조측과 실랑이도<br>일부 화주들 아예 기항지 바꿀지 저울질

멈춰선 트럭행렬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들어갈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11일 경기도 평택항 입구에 운행을 중단한컨테이너 운반 트럭들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평택=이호재기자

‘평택항은 파업 중이다. 들어오면 죽는다.’ 11일 평택시 포승면의 평택항 컨테이너 터미널로 들어가는 길목에는 화물연대에서 내건 깃발이 곳곳에서 나부끼고 있었다. 평소 수도권으로 분주하게 물량을 실어나르던 컨테이너 운반트럭은 아예 운행을 멈춘 채 거리 양편에 줄지어 서 있어 사태의 심각성을 전해주었다. 터미널 정문에 이르자 몇 대의 화물 트레이너가 부두 진입을 막아선 노조원들과 힘겨운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충남에서 올라왔다는 한 중소업체 관계자는 “수출납기를 맞추자면 중국에서 들여온 원자재를 한시라도 빨리 공장으로 가져가야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들은 결국 운송을 저지하는 화물연대 측과 입씨름만 벌이다 힘없이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평택항 화물연대가 파업에 들어간 지 벌써 3일째. 노조에서 수출입 물량 운송을 전면 통제하고 나서는 바람에 물동량이 크게 줄어드는 등 물류 대란의 피해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일부 화주들은 파업 소식을 전해 듣고 인천으로 기항지를 옮기는가 하면 중국 측에서는 아예 기항지를 바꿀지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고 한다. 부두에는 초대형 크레인이 가동을 멈춘 채 덩그러니 놓여 있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컨테이너만 수북이 쌓여 있었다. 현재 적치장에 쌓여 있는 컨테이너는 7,000여개로 평소에 비해 20% 정도 늘어났다고 한다. 터미널의 한 관계자는 “3단으로 쌓던 적재 방식을 5단으로 바꾸고 임시 적치장을 활용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다”면서 “파업이 장기화되면 기존 대책마저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곳 평택항은 주로 중국에서 가전제품과 석재ㆍ농수산물ㆍ의류 등을 들여오고 전자부품이나 자동차ㆍ철강제품 등을 중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대형사에 납품해야 하는 전자부품 등 시간을 다투는 급한 물량이 많아 기업들의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삼성전자의 경우 톈진 등 중국공장에 LCD 모니터 등을 보내고 있어 사태가 장기화되면 현지공장 가동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평택항을 통해 매달 5만~6만여대의 차량을 수출해온 현대ㆍ기아차도 자칫 불똥이 튀지 않을까 잔뜩 긴장하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의 경우 협상 결렬로 하루 평균 400여대의 신차 출고가 미뤄지고 있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날 오후 노조 측에서 화주의 요구를 받아들여 일부 긴급 수송물량에 대해 운행을 허용해줬다는 것이다. 화물연대 서경지부의 예정규 홍보부장은 “기름 값이 치솟으면서 평택에서 울산을 한번 다녀오면 23만원씩 손실을 보고 있다”며 “덤핑 경쟁을 막기 위해 이번에 표준요율제 도입을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평택항 관계자들은 자칫 지난 2006년처럼 수출입 화물이 오도가도 못하는 최악의 파업사태가 재연될까 애를 태우고 있다. 동북아 물류허브로 도약하겠다는 평택항의 꿈은 지금 화물연대 파업으로 개항 이래 최대의 시련을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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