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펀드 판매 量이 아니라 質이다

최근 우연한 기회에 은행원들 앞에 설 기회가 있었다. 은행 지역본부에서 소집한 교육 프로그램의 하나였는데 강연에 앞서 주최 측에서 몇 가지 전달 사항을 참석자들에게 전달하는 것이었다. “우리 본부가 이번에 거치식 펀드 실적이 좋지 않습니다. 힘써주시기 바랍니다.(중략) 보험 상품은 좀처럼 순위에 들지 못하고 있어요. 이것도 노력 좀 해 주십시오. 팀장님들은 매일매일 실적 체크 부탁 드립니다.(중략) 마지막으로 카드 부문도 실적 미달 지점은 본부장께서 특별히 직접 보고를 받으시겠다고 합니다. 이 역시…(하략)” 마치 중ㆍ고등학교 조회 시간에 담임 선생님이 “수학 점수가 좋지 않다, 영어가 전교에서 꼴찌다”라며 학생들을 닦달하는 것 같았다. 속으로 “은행원 해 먹기 정말 어렵겠다”는 생각을 했다. 실적에 쫓기는 은행원들에게 연민을 느끼다가 문득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펀드 판매 실적을 압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펀드 판매로 상당한 수수료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펀드는 은행권의 기존 상품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 예금자 보호가 되는 것도 아니고 경우에 따라 손실을 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혹 실적에 쫓겨 약간의 이익이 난 펀드를 해약하게 하고 새로운 펀드로 갈아타라고 유도하는 은행원이 나온다면 큰 일이 아닐 수 없다. 과거 증권맨들을 피폐하게 만들었던 약정의 유혹이 은행권으로 전염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우리나라 펀드 시장은 이제 막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과거 금융기관의 ‘실적 중시’ ‘약정 중시’ 정책은 언제나 심각한 후유증을 낳았고 결과적으로 해당 기관과 시장ㆍ투자자 모두가 상처를 입곤 했다. 펀드 투자의 핵심은 장기적인 전망에 입각해 투자 결정을 내리고 단기적인 손익에 연연하지 않는 것이다. 은행권의 펀드 판매 비중이 높아질수록 이 같은 원칙이 일선 판매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는지 살펴볼 일이다. 무조건 펀드를 많이 팔고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 상책은 아니다. 하나의 펀드를 팔더라도 얼마나 정확하게, 합리적으로 팔았느냐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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