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CEO와 차한잔] 이종수 현대건설 사장

"전직원 뭉쳐 '건설명가' 거듭날것" <br>이익 극대화·윤리경영으로 기업가치 제고<br>새아파트 브랜드 곧 출시…올수주 8兆목표<br>'1현장 1이웃 결연' 등 사회적 역할에도 최선


“지난 2000년대 초 경영위기 때를 생각하면 무서울 것이 무엇이 있겠습니까. 온 임직원이 똘똘 뭉쳐 현대건설 제2의 전성기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다음달 은행관리기업에서 졸업하고 하반기 새 주인을 기다리는 과도기에 현대건설의 조타수를 맞은 이종수(57ㆍ사진) 사장. 3월 초 이지송 사장 후임으로 이종수 경영지원본부장(당시 전무)이 내정됐다는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면서 현대건설의 주가는 전날에 비해 2.11%가 오른 4만6,0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후 이 사장이 취임한 지 두달째인 요즘 현대건설의 주가는 6만1,0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무려 30% 이상 주가가 치솟은 것이다. ‘힘찬 출발, 새로운 도전’이라는 슬로건으로 ‘건설 명가’의 자존심 회복을 취임 일성으로 내건 이 사장 체제가 일단 성공적인 스타트를 한 셈이다. 이 사장은 “현대건설이 우리나라 최고의 건설회사라는 명성에 걸맞은 위상을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하고 명실상부한 업계 1위 기업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매출과 수주ㆍ순이익 규모를 더욱 늘리고 기업의 투명성이나 윤리성 등도 최고 기업의 명성에 걸맞도록 제고하겠다”는 포부를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재임기간 중 가치경영, 인재중심경영, 윤리경영을 중점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기업 가치의 척도는 이윤 창출 능력, 재무적 건전성, 경영의 투명성에 있는 만큼 지속적인 일감 확보로 매출을 더욱 늘리고 이익을 극대화시켜 주주 가치를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이 사장은 현대건설의 핵심 자산은 ‘인재’라고 말한다. 따라서 “새 주인을 찾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우려하는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며 “매출을 극대화시켜 구조조정의 단초를 없애겠다”고 자신했다. 그는 이런 자신감에 대한 근거로 2001년 6월 워크아웃(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에 들어갈 당시 2조9,000억원 적자와 4조4,000억원의 부실로 자본잠식 상태였던 현대건설이 지난해 매출액 4조2,800억원에 3,265억원이 넘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실현한 것을 들었다. 이는 현대건설 직원들의 희생과 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것이다. 실제 현대건설은 지난 3년간 수주에 역량을 집중해 2월 말 현재 약 24조5,000억원 규모의 수주 잔액을 기록하는 등 5년치에 해당하는 풍부한 공사 물량을 확보해놓고 있다. 올해에도 국내외에서 지난해보다 증가한 8조3,028억원 수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에 따라 채권단도 지난달 현대건설에 대해 은행관리기업 졸업을 결정했다. 이달 중순 졸업이 공식 선언되면 현대건설에 파견됐던 채권단자금관리단 이름이 M&A지원단으로 바뀌고 더 이상 자금 통제를 받지 않게 된다. 현대건설은 올해 그동안 경쟁사에 빼앗겼던 ‘주택 명가’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야심찬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주택 부문에서 새 브랜드와 신기술ㆍ신공법으로 ‘명품 아파트’ 이미지를 되찾고 주택사업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최근 이뤄진 조직 개편에서 주택영업본부를 독립시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 사장은 “주택사업 부문은 해마다 4조원대의 수주를 해왔으나 지난해에는 3조8,300여억원으로 수주 규모가 다소 줄었다”며 “주택 수주 경쟁력을 높이고 영업 강화를 통해 주택명가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 새 아파트 브랜드도 가능한 상반기 중 선보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새 브랜드에는 현대건설의 정체성(아이덴티티)이 담길 것”이라며 “현대건설이 짓는 아파트는 ‘실수요자 중심의 값싸고 품질 좋은 주택’이라는 이미지를 갖도록 지속적인 관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대건설은 새 브랜드 출시 후 삼성동 현대나 김포 고촌 등 입주 예정인 대규모 단지에 신규 브랜드를 적용하고 우장산 현대타운 등 이미 입주한 대규모 현대아파트 단지도 신규 브랜드로 교체할 계획이다. 이 사장은 또 “올해 국내 민간 부문의 건설경기가 그 어느 해보다 부진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국내에서는 대형 턴키 발주 물량 등 공공 공사 수주에 중점을 두고 해외는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오일ㆍ가스 플랜트 공사, 대형 항만 공사 등 수익성 높은 공사들을 지속적으로 수주하는 데 역점을 두는 전략을 세웠다”고 말했다. 최근 기업들의 불미스러운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것과 관련, 이 사장은 “현대건설은 건설 업계의 리더로서 기업윤리실천규범을 제정해 운영하고 있으며 전임직원을 대상으로 실천 서약을 받아 투명경영을 준수하도록 하고 있다”며 “올들어서는 기획실 내 투명경영 전담팀을 신설하고 구매 관련 부서를 통합해 외주구매실을 운영, 부정부패를 원천차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업은 사회에서 태생한 만큼 사회에 그만큼 되돌려줄 의무가 있다”며 “200개에 달하는 현대건설 국내 주요 현장들과 인근 복지시설과 소외계층을 엮는 ‘1현장 1이웃 자매결연’ 활동을 펼치는 등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 경영철학과 스타일 "물은 부드럽지만 강하다" 종수 현대건설 사장은 입이 무겁다. 오죽하면 '자크(지퍼의 일본식 표현)'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일까. 그동안 주로 경리부나 인사부ㆍ경영지원본부 등 입 조심을 해야 하는 부서에서 근무해 그렇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원래 꼼꼼한 성격에 뒤에서 묵묵히 일하는 스타일이라는 게 주변 사람들의 평가다. 때문에 일문일답식의 대답에 인터뷰를 하기도 무척 어려운 인물 중 한명이었다. 그러나 회사에 대한 자랑거리나 향후 경영 계획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거침없는 달변가로 변하기도 했다. 이 사장의 이런 성품은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좌우명에서도 읽을 수 있다. 상선약수는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나오는 말로 '최고의 선(善)은 물과 같다'는 뜻이다. 이 사장은 상선약수에 대해 '물은 자신을 낮추고 만물을 이롭게 하며 공평하고 완전하며 부드럽지만 스스로 길을 개척하는 강인함이 있다'고 풀이한다. 이런 까닭으로 그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때면 이 글귀의 의미를 되새기며 방향을 결정한다고 했다. 실제 이 사장이 취임한 뒤 현대건설은 '물(水)'처럼 부드럽고 조용한 가운데 변화를 실험하고 있다. 우선 회사 내에서 건설사들의 관행 같았던 권위주의를 몰아냈다. 변화는 사장실부터 이뤄졌다. 칸막이를 없애고 제2의 집무실도 회의실로 바뀌었다. 물론 회의실 내 최고경영자(CEO)용의 높은 의자도 임원용과 같은 높이로 맞췄다. 또 해외출장 때 퍼스트클래스로 고정됐던 항공 티켓도 비즈니스클래스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대해 이 사장은 "집무실이나 꾸미고 퍼스트클래스를 타는 것은 괜히 회삿돈을 낭비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거창한 경영 방침을 내세우는 것보다 작은 것부터 바꾸는 게 변화의 핵심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 사장은 부인 박미경 여사(52)와 사이에 2남을 두고 있다. ◇약력 ▦ 49년 경기도 이천 출생 ▦ 서울고,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 78년 현대건설 입사 ▦ 99년 이사(기획실) ▦ 2002년 상무(기획실) ▦ 2003년 전무(감사실, 기획실) ▦ 2004년 1월 경영지원본부장 ▦ 2006년 3월30일 대표이사 사장, 현대건설 여자배구단 구단주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