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리인상 기조에 따른 시장의 과잉 유동성 축소로 전세계 자산가격이 급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또 한번 강도 높게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외에서 세계경제 자산붕괴가 점쳐진 데는 최근 4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0.6%) 발표를 기점으로 발생한 지난 18일 ‘검은 목요일’의 여파가 컸다. 이미 일본이 오는 3ㆍ4분기 제로금리를 포기할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EU도 최근 두 차례에 걸쳐 금리인상을 단행한 상황. 여기에 미국의 인플레이션 압박까지 겹치며 시장은 전세계적인 금리인상과 이에 따른 유동성 축소 위기감으로 한때나마 패닉 상황에 빠졌다
최근 이 같은 요인이 다소 해소되면서 ‘붕괴는 없다’는 안도감이 이어지고 있지만 복병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29일 ‘세계금융시장 불안의 원인과 대응’이라는 보고서에서 현 상황을 “수년간 걸친 이례적 과잉 유동성 시대가 마감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불확실성에 대한 각별한 위험관리가 절실한 시점”이라고 분석했다.
과잉 유동성 축소의 핵이 될 일본의 금리인상이 전세계 시장의 자금공급원 역할을 했던 엔 캐리 트레이드를 해소하면서 미국에 몰린 세계자금을 환류시킬 것이라는 걱정 때문이다. 남은 문제는 이를 기점으로 미국에 몰렸던 자금이 대탈출(엑소더스)을 단행할 시기다. 권순우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불균형 상황을 볼 때 지금이 그 시점에 다다랐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며 부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임박한 자산붕괴에 대한 우려는 해외에서 더 빈번하게 지적된다. 앨런 그린스펀 전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이미 여러 차례 “주식과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고 적신호를 보낸 바 있다. 모건스탠리의 스티븐 로치는 아예 “세계 상품시장은 현재 폭발을 기다리는 버블 상태”라고까지 규정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도 서서히 위험징후가 발견되고 있다. 유동성 축소와 경기 침체국면에 항상 나타나는 글로벌 자본의 이머징마켓으로부터의 철수는 우리나라에서부터 본격화되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심상치 않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지난해 4ㆍ4분기 센서스국의 신규주택가격지수(new home price index) 상승률이 대폭 둔화되는 등 부분적인 조정신호가 나타나고 있다.
과잉 유동성을 가능하게 했던 달러화에 대한 절대신뢰도 아시아 국가들의 미국채 투자규모 축소로 급격히 무너지는 상황이다. LG경제연구원은 지난 3월부터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채 보유규모를 줄이는 조짐이 보인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한국을 제외한 일본ㆍ대만ㆍ홍콩ㆍ싱가포르 등의 미국채 보유비중이 줄고 있다는 이유다.
물론 ‘버블붕괴’ 시기를 점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지적도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상무는 “버블붕괴 우려가 나오지만 세계경제가 아직은 경기조정 능력을 갖추고 있어 폭락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음을 놓기 어렵다는 지적도 많다. 오문석 LG경제연구원 상무는 “붕괴 가능성만 제기됐지만 최근 들어 시장에서도 좀더 위험신호가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