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시행정·이권다툼... 기업구조조정 표류

수시·자율퇴출 원칙불구 정부, 실적급급 일괄발표하반기 기업구조조정작업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구조조정의 원칙은 전시행정으로 변질되고 구조조정을 이끌 수레(법)는 이권다툼과 정치권의 눈치보기로 흔들리고 있다. 대우자동차와 현대투신 등 구조조정 핵심 과제들이 산적한 가운데 '3차 기업개혁'으로 분리는 상시퇴출제 등 각종 구조조정 현안들이 삐걱거릴 경우 경기침체와 맞물려 자금시장에 또 하나의 뇌관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다. 금융감독위원회는 최근 상시퇴출제에 따른 1,544개 심사 대상기업중 18개 1차 퇴출대상을 발표했다. 정작 퇴출기업 명단은 빠지면서 시장에선 퇴출 명단을 둘러싼 루머가 확산됐다. 11ㆍ3 부실판정이 부실기업 퇴출을 통한 시장의 부실고리를 끊는데 역할을 했다면, 이번 발표는 의미없이 시장 불안만 확대 시킨 꼴이 됐다. 특히 상시퇴출제가 은행 자율 판단에 따라 수시로 회생 가능성이 없는 기업을 솎아내는 작업임에도, 금감원이 특정시한을 못박아 은행으로부터 퇴출기업 명단을 보고받은뒤 일괄 발표하는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는 평가다. 정작 부실심사의 주역인 은행들은 방학 마지막날 밀린 숙제를 하는 학생처럼, 금감원의 심사실적 제출 마지막날 몰아치기 심사를 하는 흔적까지 보였다. 이에 따라 CRV(기업구조조정투자회사)사무국이 금감원에 상시퇴출제 문제점을 담은 서한을 보내는 해프닝이 일어나기도 했다. 특히 11ㆍ3 부실판정때 퇴출대상으로 선정된 52개 기업 정리 진척도가 아직까지도 60%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기업퇴출이 자칫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전락할 우려까지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런 부작용에도 불구하고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은 "월별로 퇴출심사 실적을 받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시퇴출제를 뒷받침하는 가장 큰 무기인 기업구조조정촉진법도 마찬가지. 촉진법은 법률이 지닌 관치금융과 위헌시비 등 갖은 맹점에도 불구, 여야 정치권이 앞서 제창한 법률이란 점에서 기대를 모았다. 상시퇴출제에 따라 기업 진로를 결정한후 후속 절차를 쉽고 빠르게 밟도록 추진한 법률이었다. 그러나 모처럼 여야합의에 의해 추진된 이 법은 정치권이 일관성 없는 눈치보기를 하는 통에 삐걱거리고 있다. 지난 13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법사위는 소관 상임위원회인 재경위로부터 이송된 촉진법 제정안을 상정ㆍ논의했으나 도산3법(회사정리법ㆍ화의법ㆍ파산법) 전단계 법률로 적절치 않고 금융회사 채권행사가 제약돼, 재산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으로 의결하지 못했다. 법사위는 18일 산하 소위원회를 소집, 재논의키로 했지만 본회의도 이날로 예정돼 통과가 불투명하다. 본회의는 이번 제223회 임시국회 의사일정상 마지막 회의로 이날 촉진법이 처리되지 못하면 소집여부가 미지수인 8월 임시국회 또는 9월 정기국회로 넘어가게 된다. 법사위 반대가 이어지면서 일부에선 변호사들의 '로비론'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촉진법이 기업구조조정의 절차를 명확히 규정, 분쟁 소지를 없애기 때문에 분쟁처리 등 수임건수가 줄어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로펌을 중심으로 한 변호사들이 법원과 법사위 소속 위원들에게 압력을 행사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민간연구소의 한 연구위원은 "기업 구조조정은 아직 마무리된게 아니다"면서 "관료들은 구조조정 실적 내세우기에 급급하고, 정치권과 이해 참여자들은 기득권 지키기에 사로잡힐 경우 경기 침체기에 다시 한번 시장혼란을 불러올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구동본기자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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