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헐값논란속 넘어야 할 산 '첩첩'

■ 하이닉스 MOU체결…내용과 전망 하이닉스반도체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매각협상 5개월여 만에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번 MOU는 통상 국제 거래관행상의 MOU보다 훨씬 느슨한 형태다. 말 그대로 매각에 대한 기본 원칙만을 담았다. 구속력도 없을 뿐 아니라 채권단과 이사회 승인이라는 '조건부 딱지' 까지 달았다. 벌써부터 헐값 논란도 강하게 불거지고 있다. 인수대금으로 지급받기로 한 마이크론의 주식가치를 현재보다 15%나 높게 평가해주는 등 협상 막바지에 일방적 양보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본계약까지 험난한 과정을 예고함과 동시에 하이닉스의 진정한 매각협상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MOU에 뭘 담았나 MOU에서는 우선 매각대금으로 38억100만달러를 마이크론이 발행한 주식으로 지불하기로 하는 방안을 담았다. 마이크론이 하이닉스의 비메모리 부문에 투자할 2억달러를 포함하면 총투자금액은 40억달러. 여기에는 미국 유진공장의 해외 부채 10억달러도 포함됐다. 남은 28억달러 중에서도 ▦정밀실사 후 드러날 추가 부실(5억달러) ▦본계약 체결 때까지의 추가 비용(5억달러) ▦주식매수청구권 행사비용(10억달러 안팎) 등을 제외하면 건지는 것은 8억달러 정도며 여기에 신규여신 지원에 따른 채권단 내부 부담 등을 감안하면 국내 채권단이 건질 수 있는 돈은 5억달러도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협상의 중요 관심사 중 하나였던 고용문제와 관련해서는 마이크론이 하이닉스 직원의 85% 이상을 2년 동안 승계한다는 데 합의했다. ◇매각 득실은 MOU 내용이 밝혀진 후 일부에서는 '굴욕적인 협상'이란 극단적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매각조건 뒤에 숨은 내용들 때문이다. 이는 지난주 미국에서 열린 최종 협상에서 마이크론에 양보한 핵심 두가지 쟁점 때문이다. 우선 인수대금으로 지불할 마이크론의 주식가치 산정기준. 마이크론은 하이닉스를 인수하기 위해 총 40억100만달러를 주식(38억100만달러)과 현금(2억달러, 잔존법인 투자용)으로 지불한다. 이중 문제가 되는 게 주식이다. 협상 중반까지도 40달러를 웃돌았던 마이크론 주가는 이달 초를 고비로 30달러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인수비용은 40억달러로 같은데 대금으로 지불할 주식의 수는 주가 하락폭만큼 많아질 수밖에 없다. 하이닉스는 이를 주당 35달러(지급 주식수 1억860만주)로 높여 줬다. 겉으로는 메모리 매각가격이 38억달러로 같지만 실제 가격은 32억달러다. 사실상 15%나 가격을 깎아준 셈. 인수비용으로 국내 은행이 마이크론에 대출하기로 한 15억달러도 마찬가지. 국내 채권단은 당초 마이크론측에 대출 조건으로 마이크론 본사의 보증을 요구했다. 그러나 MOU에서는 30년 만기 무보증으로 바뀌었다. ◇향후 절차와 걸림돌 이번 MOU는 ▦하이닉스 채권단협의회(4월27일) ▦하이닉스ㆍ마이크론 이사회 승인을 전제로 한 것이다. 시한은 4월30일이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MOU는 자동 소멸된다. 이 같은 절차를 무사히 마칠 경우 양측은 다음달 말 본계약을 목표로 추가 협상에 나선다. 문제는 국내 채권단과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이 이번 협상내용에 대해 수긍하느냐 여부다. 매각가격에 따를 경우 국내 채권단, 특히 담보가 없는 투신권은 빌려준 거의 대부분을 받지 못할 공산이 크다. 소액주주들의 반발도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국내 채권단은 지난해 인수한 하이닉스의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바꾼 뒤 주총에서 표 대결에 나선다는 방침. 주식매수권을 주지 않기 위해 법인을 물적 분할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법적검토 결과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났다. 이 같은 걸림돌을 모두 해소한다 해도 본계약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본협상 과정에서 정밀실사를 통해 드러날 추가 부실을 어떻게 보전할지가 우선 관심사로 등장할 전망. 여기에 현대투신과 AIG간 협상과정에서 보듯 인뎀니피케이션(사후손실보상) 등에 대해서도 어떤 방식으로 조율을 해나갈지가 여전히 과제로 남아 있다. 김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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