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매시 57분, 52초간 교통상황을 알려드립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정보센터 '57분 교통정보' <br>231개 폐쇄회로화면 한눈에<br>52초간 10곳 이상 정체지역 방송<br>차없는 일요일 오전 할말없어 난감

서울지방경찰청 5층에 위치한 교통정보센터 상황실. 서울시내 주요 구간에 설치된 폐쇄회로카메라로 본 도로흐름상황을 200여대의 CCTV로 한 눈에 볼 수 있다. 각 방송사의 라디오 교통정보가 바로 이 곳에서 방송된다.

SBS 라디오 57분 교통방송을 진행하는 5개월차 새내기 박지연(26) 리포터.

출발 전 겁부터 나는 출퇴근길. ‘오늘은 안 막히길…’ 기도하며 운전대를 잡지만 어제도 오늘도 도로 위는 언제나 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정각이 가까워 질 무렵 운전자들은 하나 둘 씩 라디오 볼륨을 높이기 시작한다. DJ들의 수다와 익숙한 광고를 뒤로 하고 운전자들의 ‘둘도 없는 벗’ 교통정보가 전파를 탈 시간이다. 교통정보 방송에 얽힌 사연 하나 없는 운전자가 어디 있을까. 꼭 내가 달리는 길 정보는 안 알려주는 ‘머피의 법칙’엔 짜증과 안타까움이 섞인다. “교통정보에 늘 골탕만 먹는다”는 당신, 정작 교통정보 덕에 막히는 길 피해갔던 ‘은혜’를 잊고 계신 건 아닌지. 운전대를 잡는 이라면 누구나 기다려지는 매시 57분. 짧지만 알찬 정보로 꽉 찬 시간 속으로 들어가 본다.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정보센터. 서울시내 도로 곳곳에 설치된 231개 폐쇄회로화면(CCTV)을 통해 서울시의 교통 흐름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2개 층을 튼 거대한 방의 벽을 200여개의 작은 화면과 10대의 큰 멀티비전이 가득 메웠다. 반대편 위층에는 교통방송(TBS)를 비롯해 SBS, MBC 등 각 방송사 교통정보 방송 부스가 나란히 자리해 있다. 1평 남짓한 이 좁은 방이 바로 ‘운전자들의 동반자’ 교통정보 방송이 이뤄지는 곳이다. 매일매일이 이 곳은 긴장의 연속이다. 방송사마다 다르지만 보통은 오전 6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모두 16시간 생방송이 이 곳 서울경찰청 교통정보센터에서 이뤄진다. 리포터 들은 각 방송사별로 4~7명이 4~5시간씩 맡아서 교대로 근무한다. 교통정보 5개월 차 새내기 SBS 박지연(26) 리포터를 만났다. 인사를 나누기가 무섭게 곧바로 쌍안경을 들고 반대편 200여개의 CCTV를 확인하기가 바쁘다. 수많은 CCTV를 한 눈에 봐야 하기 때문에 방송부스와 CCTV 벽은 5m 가까이 떨어져 있다. 57분까지는 30분 남았지만 방송 준비는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방송시간 15분전. 원고를 써야 한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는 필수. 정체가 자주 있는 간선도로와 한강다리 흐름도 놓치지 않는다. 방송시간은 협찬광고를 빼면 정확히 52초. A4 용지로 채 한 장이 안 되는 원고 안에 시내의 웬만한 교통 흐름은 다 담겨 있다. 7분 전. 원고 작성은 끝났지만 상황 확인은 방송 직전까지 계속된다. 그래도 그 짧은 시간 사이에 크게 상황이 변하지는 않는다. 초시계를 앞에 놓고 혼자 원고를 읽는 ‘리허설’을 마친다. 드디어 57분. 광고가 끝나자 곧바로 예의 낭랑한 목소리로 준비한 원고를 척척 읽는다. 라디오 방송은 정시 시보에 맞춰지기 때문에 단 1초도 어긋나선 안 된다. 별다른 사고 없이 52초짜리 교통정보방송이 끝난다. 다시 광고가 나가고 리포터가 헤드폰을 내려놓으면서 팽팽했던 긴장감은 순식간에 풀린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나간다. “그래도 일 시작할 때보단 많이 나아졌어요. 처음엔 1시간 내내 CCTV만 봐도 뭐가 뭔지 몰랐어요.” CCTV만 본다고 누구나 흐름을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양방향이 어디서 어디로 향하는 지부터 차 사이 간격만 보고 속도가 얼마나 나는지 알아채는 것도 요령이다. 시시각각 이뤄지는 도로작업과 각종 사고도 모두 챙겨야 한다. “서울시내에 이렇게 고장차가 많이 있는 줄 교통리포터를 하면서 알았죠.(웃음)”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주변 친구들에게 어디가 막히냐는 전화는 수시로 받는다. “목소리가 예쁘다”며 며느리 삼고 싶다는 전화가 걸려오기도 한다. ‘목소리가 예쁘면 얼굴이 별로’라는 ‘황당한’ 편견은 20대 중반 어여쁜 ‘아가씨’에겐 그리 기분 좋은 것만은 아니다. 그래도 “짧은 방송이 끝나고 느끼는 짜릿함 만큼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당차게 말한다. 교통정보 방송을 듣는 청취자들이라면 누구나 신기해 하는 것 중 하나가 ‘막힌다’는 뜻을 가진 수많은 표현이다. 52초라는 짧은 시간 안에 10곳 이상의 막히는 길을 모두 다른 표현으로 설명해야 한다. 지체됩니다, 정체입니다, 차들로 빼곡합니다, 가다서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더딘 흐름을 보이고 있습니다, 차간 거리를 좁히고 있습니다, 제 속도를 못 내고 있습니다 등등… 그 중 가장 막히는 표현은 “움직임이 없다”. 도로가 말 그대로 주차장이 돼 버린 상황이다. 제일 힘든 날은 안개가 자욱한 날. 차들이 거북이 운행을 하지만, CCTV 화면이 보이질 않아 애를 먹는다. 비 오는 날, 눈 오는 날도 어렵다. 의외로 방송이 힘든 날이 일요일 아침. 늘상 꽉 막히는 길만 접하다가 대부분의 도로가 한가해지니 뭘 방송해야 할 지 감이 안 잡힌다. 이럴 때는 마라톤 대회나 도로보수작업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이어서 교통리포터가 전하는 팁. 일주일 중 가장 막히는 시간은 단연 월요일 출근길. 이 땐 막히는 길보단 오히려 그나마 수월한 길을 알려준다. 올림픽대로보다는 보통 옆 노들길이 덜 막힌다. 올림픽대로에선 잠실방향 여의도-한강대교 구간과 성수대교-청담대교 구간, 강변북로는 난지-서강대교 구간이 가장 먼저 밀린다. 남산1호터널 도심쪽 양방향과 경인고속도로 서울쪽과 만나는 제물포로, 성산대교-연세대 성산로, 성수대교 남단 언주로는 상습정체구간. 중앙버스차로제를 하는 강남대로, 도봉로, 미아로 등도 승용차는 항상 어렵다. 이 모든 교통정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바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이다. “저희도 출퇴근할 때 차는 집에 두고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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