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OPEC, 산유량 감축논의] “공급과잉따른 유가폭락 미리막자”

이라크 전후 국제 석유시장 재편에 대비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전후 이라크가 산유량을 급격히 늘리며 OPEC의 생산량 할당 시스템에서 벗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전쟁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유가 폭락 우려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OPEC 의장인 압달라 알아티야 카타르 에너지장관이 7일 파리에서 니콜 퐁텐 프랑스 에너지장관과 회동을 갖고 오는 6월로 예정된 OPEC 정기 모임에 앞서 이 달 24일 긴급 석유장관 회의를 갖기로 결정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OPEC의 한 관리는 AP 통신과의 회견에서 “석유 장관들은 지금의 추세를 멈추기 위해 신속하게 행동하지 않으면 유가가 폭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누구도 생산 감축을 말하고 있지는 않지만 생산 감축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가는 이라크 전쟁 발발 전인 지난 2월 전쟁이 석유 공급에 차질을 빗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되며 한 때 배럴 당 40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막상 전쟁이 발발한 후 유가는 30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조만간 OPEC 가격밴드의 하한가인 22달러 밑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는 예측이 제기되고 있다. 유가가 이처럼 하향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미ㆍ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공에도 중동지역의 석유 수출이 별다른 영향을 받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우려했던 바와는 달리 이라크가 쿠웨이트 등 인근 석유생산 시설에 대한 공격을 하지 않았고, 이스라엘을 전쟁에 끌어들여 중동 전체로 확전을 꾀하지도 않았다. 또 전국적 파업이 종결된 베네수엘라의 수출도 늘고 있고, 아프리카 최대 산유국인 나이제리아의 정정 불안도 진정 기미를 보이며 석유수출이 정상화 되고 있다. 이라크 내의 석유 생산시설도 낮은 수준이나마 가동 중이다. 하지만 유가 하락의 보다 중요한 이유는 알아티야 장관이 지적한 대로 공급 과잉인 것으로 보인다. OPEC 회원국들은 석유공급 부족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높아진 틈을 타 할당된 쿼타를 초과해 생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하루 2,450만 배럴의 생산을 합의한 OPEC 회원국들이 실제로는 2,700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오는 24일의 OPEC 회동에서는 산유량 감축과 함께 `불법적`으로 쿼타를 초과해서 생산하는 것을 막는 방안도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라크의 OPEC 잔류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회원국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일 수 있을 지는 의문스럽다. “이라크는 전쟁 후에도 OPEC의 회원국으로 남아 있을 것”이라는 알아티야 장관의 언급은 오히려 OPEC의 불안감을 역(逆)으로 드러내는 상징적 표현이라는 지적이다. <김대환기자 d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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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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