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의 단기 외화 차입이 늘어나고 가산금리도 올라가고 있어 또 하나의 위기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 은행이 차입한 만기 360일 미만의 단기 외화차입액은 30억달러로 9월의 23억달러보다 7억달러 증가했다. 가산금리도 기간별로 0.02~0.03%포인트 가량 상승했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은행들이 연말 자금 수요에 대비하기 위한 자금 확보를 시작한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근본적으로는 국제금융ㆍ외환시장에서 국내은행들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은행들이 북구 3국의 전철 즉, 급격히 증가한 가계대출이 부동산가격 하락으로 부실화 해 금융위기가 발생하는 상황을 맞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처럼 금융위기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는 마당에 은행들의 단기 외화차입이 늘어나고 금리마저 올라가고 있으니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은행들의 단기 차입이 늘어남으로써 단기외채 규모도 늘어나게 된다. 재정경제부는 최근 자체 보고서를 통해 단기외채가 급증하고 있는 데 대해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대외채권이 늘어난다고는 하나 위기상황이 닥칠 경우 상환자금으로 동원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외화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또 외환보유액이 늘어났기 때문에 단기외채가 별 문제가 안 된다는 주장도 있으나 외환보유고 증가보다 단기외채가 더욱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중은 2001년말 39.9%, 2002년말 41.0%, 2003년6월말 46.5%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단기 대외지급능력을 나타내는 외환보유액 대비 유동외채(단기외채+만기 1년 이내 장기외채) 비율이 연초 52%대에서 6월말 58%대로 올랐고, 최근에는 국제적으로 위험수위로 평가받고 있는 60%선에 육박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은행들은 대출구조를 개선하고 자본구조를 더욱 견실히 해야 할 것이다. 은행이 흔들리면 국가 신인도 하락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은행부실을 털어내기 위해 부실기업은 확실하게 정리하고 은행의 매각이나 인수합병(M&A)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
당국은 단기외채 증가에 따른 유동성 위험이 없도록 관련 규정을 강화하고 건전성 현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대외의존도가 높은 나라로서 외환시장의 안정과 각종 대외 불안요인에 대응할 수 있는 충분한 수준의 외환보유액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호정기자 gadgety@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