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 "주가 급등… 스트레스 받네"

실적비해 상승폭커투자자 기대치만 높여<br>지주사·M&A업체는 비용상승에 속앓이<br>임직원 스톡옵션 차익 챙기고 이탈 우려도


중견 제조업체인 A사의 IR팀은 며칠 전 사장에게서 뜻하지 않은 지시를 받았다. 당분간 회사 주가를 떨어뜨렸으면 좋겠다는 얘기였다. 주가 관리를 해야 하는 IR팀으로서는 다소 황당한 주문이었지만 주가 오름세가 회사 실적에 비해 과도한 수준이다 보니 실적이나 주가 관리가 부담스럽다는 게 사장의 설명이었다. 올 들어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주가 스트레스’를 받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이야 주가 상승을 반기게 마련이지만 오름세가 심하게 가파른데다 실적에 비해 과도하다는 내부입장까지 더해져 오히려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급격한 주가 상승으로 투자자들의 기대치가 지나치게 높아진데다 지주회사 전환,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신사업 진출도 이래저래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오는 7월 지주사 체제로 공식 출범하는 SK는 최근 증시 활황으로 당초 예상보다 많은 자금을 쏟아부어야 할 처지다. 지주회사인 SK㈜가 자회사인 SK에너지의 지분 2.2%가량을 추가로 매입해야 하는데 지난 23일 주가가 11만4,000원까지 뛰어올라 3,227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 주가 상승으로 4월 지주회사 출범 당시보다 200억원의 웃돈을 얹어야 하는 셈이다. 지주회사 전환을 추진 중인 금호ㆍ동양그룹 등이 최근 주가 상승을 마냥 반기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업계 관계자들은 “급격한 주가 상승이 지주회사 전환을 앞둔 기업에 예상보다 높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부담을 주고 있다”며 “정리 대상인 계열사 지분 매각의 경우도 쉽게 주인을 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M&A를 추진하는 기업도 주가 상승으로 가격만 껑충 뛰었다며 고민하고 있다. M&A를 준비 중인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고 경영진은 M&A에 대한 의지가 강하지만 최근 주가 상승으로 몇몇 기업은 아예 리스트에서 제외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대기업의 M&A팀장도 “주가가 오르면 M&A를 진행하던 기업들도 배짱을 부리게 마련”이라면서 “신사업 추진을 위해 상반기 내 마무리하려던 M&A마저 막판에 무산될 위기에 몰렸다”며 한숨을 쉬었다. 연초부터 주가가 워낙 뛰다 보니 최고경영자(CEO)들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상반기 바짝 오른 주가가 자칫 꺾이기라도 하면 연말 CEO 평가에 좋지 않은 결과를 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모회사의 주가가 급상승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상승폭이 작은 계열사 CEO들도 가시방석에 앉은 듯한 분위기다. 포스코 계열사 CEO들은 이구택 회장의 계속된 주가 발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지만 포스코의 주가 상승폭을 따라가기에는 벅찬 상황이다. 현재 주식시장에 상장된 포스코그룹 상장사는 포항강판과 포스렉ㆍ포스데이타ㆍ삼정피앤에이 등 4곳. 포스코 계열사 중 포스크의 연초 대비 주가상승률 38.9%를 넘어선 곳은 23일까지 70.6% 상승률을 기록한 삼정피앤에이뿐이다. 포항강판은 28.5%, 포스렉은 19.3% 상승했고 포스데이터는 오히려 13.8%나 떨어졌다. 이밖에 일부 기업들은 최근 주가 상승으로 스톡옵션 대박이 터지자 임직원 가운데 막대한 차익을 챙기고 회사를 옮기려는 움직임이 포착돼 집안 단속에 나서고 있다. 한 대기업 인사팀의 관계자는 “주가가 오르면서 주식을 팔아 한몫 챙기고 이직을 고려하는 임직원도 있다”며 “특히 R&D 인력에는 해외 업체들의 스카우트 제의까지 들어와 인사팀에 비상이 걸렸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