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미술계 젊은 작가전으로 '봄 기지개'

아라리오 권오상 개인전 등 신예 작가전 잇달아<br>기성세대 향한 저항정신·통념 깬 창의성 돋보여

권오상의 '데오드란트 타입'

구본주의 '미스테리1-3'

지난해부터 시작된 국내 화랑들의 젊은 작가들에 대한 후원이 점차 그 결실을 맺고 있다. 전속작가 기획전, 젊은 작가 공모전 등을 통해 발굴된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봄을 맞아 화랑 곳곳에서 전시되고 있다. 그들 작품의 두드러진 특징은 무엇보다 전통적인 재료를 벗어 던진 창의성, 그리고 사회 모순에 대한 반발ㆍ기성세대에 대한 항의 등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는 점이다. ◇아라리오 갤러리 권오상 개인전= 소조는 청동과 돌 등 무게감 있는 재료를 써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탈피하고 사진을 사용한 ‘가벼운’ 조각의 개념을 도입한 권오상 개인전 ‘조각(The Sculpture)’이 아라리오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이 갤러리가 국내 처음 도입한 외국의 전속작가(단독 화랑과만 계약을 맺고 활동하는 작가) 제도로 선정한 작가의 첫 전시다. 권오상이 가벼운 조각을 시작한 데는 무엇보다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쳐서다. 연약해 보이는 그는 끌과 정으로 돌을 깎고 찰흙으로 원형을 떠서 청동을 주물하는 전통적인 조각 작업을 하기에 힘에 부쳤다. 그래서 찾은 재료가 바로 사진. 사진과 조각의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동시대의 시각성과 파편적 속성을 찾아낸 것이다. 우레탄으로 실물 크기의 형태를 본뜬 후 그 위에 사진을 조각조각 붙이는 작품 ‘데오드란트 타입’은 주로 인물들을 묘사하고 있다. 무표정한 사람들의 표정은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보는 듯 하다. 4월 9일까지. (041)551-5100 ◇피케이엠 갤러리 스티븐 곤타스키 개인전= 미국태생 한인 2세이기도 한 그는 영국의 대표적인 갤러리 ‘화이트 큐브’의 전속작가로 유럽에서 인정받고 있는 신예다. 전시에는 젊은 남성의 이미지를 주로 묘사해 온 그의 대표작 중 회화와 조각 등 31점이 소개된다. ‘의혹의 예언자’로 이름 붙여진 그의 조각은 통찰력으로 미래를 보는 예언자를 의혹의 불확실성으로 표현해 시대적 모순을 나타냈다. 이번 전시회에는 2004년 프랑스 공공미술의회가 사고로 죽은 두명의 십대 소년을 추모하기위해 그에게 의뢰한 최신작 ‘오벨리스크’도 포함돼 눈길을 끈다. 관객들은 표현과 절제, 고전과 팝이 존재하는 곤타스키의 작품으로 작가가 창조해낸 시간을 초월한 삶의 신화를 경험할 수 있다. 4월 8일까지 (02)734-9467 ◇사루비아다방 박세진 첫 개인전= 너무 큰 녹색탁자, 뚱뚱한 토끼, 열린 문 사이로 출렁이는 파란 바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북한병사… 2001년작인 ‘전기망토’에 등장 인물들은 모두 엉뚱한 장소에 불안하게 놓여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의 현실이 바로 그렇다는 것이 작가의 설명이다. 인사동에 위치한 대안공간 사루비아 다방에서는 박세진의 첫 개인전으로, 망토를 주요 모티브로 다룬 회화 작품이 선보인다. ‘망토’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는 판문점을 배경으로 한 회화 20여 작품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정치적 이념이 부여된 역사적 장소인 판문점은 박세진에게 주관적 시선을 투영하는 익명의 창조 공간이다. 또 베일에 감추어진 비밀스러운 존재이자 두려움과 호기심의 대상인 망토 형상은 현실과 상상을 넘나드는 초현실적 상징물로 또 다른 초월적 풍경을 열어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4월 7일까지 (02)733-0440 ◇북촌미술관 삼인행= 3년 전 세상을 떠난 조각가 구본주와 고인이 된 친구를 기억하며 꿈을 이어가고 있는 성동훈, 최태훈 등 세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이들은 학연과 혈연이 아닌 ‘조각’이라는 장르를 통해 관계를 맺어왔으며, 공통점은 오만스러울 정도의 자신만만함, 기성제도에 대한 거침없는 반항정신, 장인정신과 집중력 등으로 모아진다. 3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불의의 교통사고로 우리 곁을 떠났던 구본주, 그는 리얼리즘 미술운동의 흐름을 이어가며 항상 조소예술의 맥락에서 족적을 남긴 작가로 평가 받고 있다. 전시될 유작에는 사회의 모순에 대한 거침없이 항의하는 격렬한 감정이 담겨있다. 또 생활에 찌든 소시민적 삶을 그려내며 진지한 인간의 내면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성동훈의 ‘내 인생의 친구들 (Friends of my life)’은 과거와 현재 속의 이상을 표현하며 인생에서 만났던 중요한 친구들을 은유적 기법으로 형상화 했다. 최태훈의 ‘껍질’은 동과 철을 결합해 물질의 양면성과 인간에 대한 내면의 성찰과 존재 의미를 파헤친다. 4월 28일까지 (02)741-2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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