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들이 두려움에 떨 때 그들은 바겐세일 쇼핑을 즐겼다.’ 지수가 급락하며 국내 투자자들이 ‘투매’에 나선 지난 17~23일 사이에 외국계 펀드들은 오히려 주식을 대거 사들이며 공격적으로 지분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의 연일 이어오는 순매수 행진이 개별 종목별로도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바겐세일 쇼핑 즐긴 외국계 펀드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이후 GMO펀드ㆍ CRMCㆍ JF에셋매니지먼트 등 16개에 달하는 외국계 펀드들이 SSPCㆍ 강원랜드ㆍ 태경산업 등 총 22개 종목에 대해 5% 이상 신규 취득했거나 보유지분을 확대했다고 보고했다. 보통 지분변동 보고서는 매매 3거래일 후 제출한다. 펀드별 세부 매매내역을 살펴본 결과 이들은 지수가 급락한 17~23일 사이에 저평가 매력이 부각된 종목들을 집중적으로 사들인 것으로 조사됐다. 조정기간 중 외국계 펀드가 5% 이상을 취득하며 새롭게 진입한 종목은 중앙건설ㆍ에스에프에이ㆍ심텍ㆍSSPCㆍ지엔코ㆍ빙그레ㆍ모빌링크텔레콤ㆍ엔씨소프트ㆍ엔터기술ㆍ신흥증권ㆍ인탑스ㆍ파라다이스 등 12개에 달한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자들이 3조원 이상을 순매도한데 따라 외국계 펀드의 움직임도 주로 주식비중을 축소하는 경우가 많았던 만큼, 짧은 기간 동안 11개 기업에 대해 5% 이상 지분을 새롭게 취득하는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외국계 펀드들은 또 삼성엔지니어링ㆍ영원무역ㆍ대교ㆍ현대미포조선ㆍ현대산업개발 등 유가증권시장의 우량종목에 대해서도 보유지분을 늘리면서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투자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한 종목들을 저렴하게 쇼핑하는 기회로 삼았다. ◇눈에 띄는 장기투자 펀드의 움직임= 조정기간 중 지분을 확대한 외국계 펀드들 중 장기투자 및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펀드들이 대거 포진돼 있어 눈길을 끈다. 최근 증시에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단기성향이 강해 조만간 다시 빠져나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조금은 덜어줄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23일과 26일 각각 삼성엔지니어링과 강원랜드의 지분을 늘린 CRMC(캐피털리서치앤매니지먼트)의 경우 국내 증시에 투자하는 외국인 중에서도 최대 큰 손으로 꼽히며 우량주 위주로 장기투자하는 펀드로 유명하다. 또 24일 영원무역 주식을 추가로 사들인 트위디 브라우니 컴퍼니는 세계적인 가치투자 펀드다. 심텍과 SSPC 지분을 5% 이상 신규 취득한 GMO펀드 역시 장기 투자를 하고 있으며 빙그레와 인탑스, 현대미포조선을 사들인 노지스뱅크코리아, FA스몰캡펀드, 피델리티펀드 등은 피델리티 계열이다. 반면 모빌링크텔레콤ㆍ엔터기술을 매입한 크레디트스위스홍콩과 신흥증권ㆍ태경산업ㆍ아이디스를 사들인 JF에셋매니지먼트의 경우 상대적으로 단기적인 투자성향을 보이지만 모멘텀이 있는 종목 위주로 매매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