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도 이제 '마이 카'시대의 정점에 육박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느낌이 든다. 전국의 자동차 대수가 1천300만 대를 돌파했고 서울의 승용차 대수만 200만 대를 넘어서 1.8가구 당 1대 꼴로 보급되었다니 말이다.
자동차 보유 대수가 늘고 있다는 것은 대견하고 반가운 일이다. 우리사회가 그만큼 풍요로워지고 생활의 질이 높아지고 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은 동시에 이 사회 공동체가 져야할 부담이 그만큼 늘고 있다는 얘기가 되기도 한다. 많은 자동차가 굴러다니기 위해서는 거기에 걸 맞는 도로망이 구축돼야 하고 주차시설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모두 돈 드는 일이다.
이 두 가지 시설 중 도로망에 대해서는 길게 얘기할 필요가 없을 듯 하다. 최소한 그 일을 책임질 주체로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재정사정 등으로 수요를 채우는 데는 한계가 있지만 말이다.
문제는 주차장이다. 주차장이 턱없이 모자란다는 것은 중언부언이 필요 없다. 작년에 서울에만 주차장 없는 차량이 70만대라고 했는데 별다른 조치 없이 차량만 크게 늘었다니 사정이 짐작이 간다.
실제로 대로나 골목길, 차도나 인도를 가리지 않고 무작정 세워놓은 차로 통행이 어려울 정도다.
이처럼 문제가 심각해 진 이유는 물론 주차대책 없이 차량 공급을 늘린 때문이다. 이웃 일본만 해도 자동차를 사서 등록하려면 주차장이 확보돼 있다는 증명서를 제출해야 하는데 우리의 경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사리로 본다면 개인 소유의 자동차 주차장 문제는 당연히 그 주인이 해결해야 할 일이다.
주차장 없는 차량으로 인해 야기되는 사회 문제를 생각하면 차량 소유주의 의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공익 차원에서 그 같은 의무 이행을 요구하고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그 당연한 일을 하지 않아 문제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더욱 희한한 일은 차주의 의무나 책임은 덮어 둔 채 엉뚱하게 다세대주택을 짓는 사람에게만 주차장 건설의무를 강화키로 했다는 보도다. 앞뒤가 바뀐 셈이다.
정부는 공연히 먼 길로 돌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일본식 차고증명제를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
신성순(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