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001년 결산]재계, 악전고투의 한해

경기침체에 9.11테러까지 긴축·사업 매각 동분서주올해는 기업들에게 가장 힘들었던 해 중 하나로 기억될 것이다. 국내외 경제침체에다 미국의 9ㆍ11 테러라는 대형 악재까지 터져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긴 터널을 헤쳐나와야 했기 때문이다. 삼성그룹마저 최악의 반도체 불황으로 힘겨워 했을 정도였다. 비상ㆍ긴축경영, 감원한파, 현금확보ㆍ사업매각 등이 일년 내내 재계를 휩쓴 화두였다. ◆ 거세게 불어닥친 구조조정 태풍 재계는 올해 '허리띠 졸라매기'에 바빴다. 우선 살고 보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IMF 초기에 불어닥쳤던 '몸집 줄이기'가 다시 재연됐다. 인원감축이나 본사사옥 매각은 물론이고 주력사업과 돈 되는 사업 부문까지 매물로 내놓았다. 금호그룹은 주력사인 금호산업의 타이어사업 부문을 매각협상 중이고 아시아나항공은 현금창구인 기내식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워크아웃을 졸업한 대우종합기계는 항공우주산업 지분 28%와 영등포공장 부지를 매물로 내놓았으며 한국철도차량 지분 39%는 이미 현대차그룹에 매각했다. 또 새한은 화섬사업 부문의 주력인 구미1공장 설비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다. 금호를 비롯해 한화ㆍ두산중공업ㆍ갑을 등은 본사사옥을 팔아 자금을 확보했다. 항공ㆍ화섬업을 중심으로 감원 한파가 몰아쳤다. 창사 이래 최악의 영업실적을 낸 태광산업은 정리해고 등으로 500여명을 줄였으며 동국무역은 440명을 감원한 데 이어 연말까지 100여명, 내년까지 400~500명을 추가로 줄인다는 계획이다. 고합도 200여명을 퇴직시켰다. 9ㆍ11 테러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체들은 잊고싶은 한해였다. 수천억원의 적자가 예상되면서 감원태풍이 불었다. 대한항공은 지난 10월 700여명을 감축했으며 연말까지 300여명을 추가로 줄일 방침이고 아시아나항공도 연말까지 200여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 정 명예회장 타계와 현대가의 부침 재계의 거목이었던 정 명예회장의 타계는 재계로서는 큰 손실이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시기에 재계의 큰 별이자 버팀목을 잃어버린 것. 정 명예회장은 3월21일 밤 서울 풍납동 중앙병원에서 향년 86세로 별세했다. 정 명예회장이 눈을 감자 현대가의 분화는 가속화됐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ㆍ기아차중심의 자동차그룹으로 확실하게 독립했고 정몽헌 회장은 기존의 현대그룹을 계속 이끄는 체제로 정리됐다. 그렇지만 현대자동차그룹과 현대그룹에게 올 한해는 똑같은 일년이 아니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4월 대규모기업집단에 공식 편입되면서 일거에 재계 4위(자산 규모 36조원)로 뛰어오르며 재계의 중심축으로 부상했다. 특히 국내외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사상최대의 이익을 거둬 재계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에 비해 현대그룹은 8월 현대건설과 하이닉스반도체 등 9개 계열사가 공식 분리되면서 자산 규모가 53조원에서 26조원으로 줄었다. 연말까지 현대중공업이 계열 분리되면 현대그룹은 재계 서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갈 운명이다. 금강산 관광사업도 자금난과 남북관계 냉각으로 존폐기로에 있다. ◆ 하이닉스ㆍ대우차 매각 일희일비 올해 재계는 대우차와 하이닉스 처리문제로 일희일비했다. 이들 현안은 아직도 진행형이어서 재계의 '속앓이'는 계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9월 포드의 인수제안서 제출 포기로 미궁에 빠졌던 대우차 매각은 1년 만인 올 9월 중순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의 양해각서(MOU) 체결로 큰 고비를 넘겼다. 대규모 정리해고와 노조의 반발 등 우여곡절 끝에 나온 희소식이어서 그 의미가 각별했다. 하지만 본계약 체결을 목전에 두고 노사마찰, 협력업체 부품공급 중단으로 인한 공장 가동중단 등 진통이 계속되고 있어 아직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본계약이 내년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우차에 이어 불거진 하이닉스반도체 처리 진통도 기억에 남는 일이다. 채권단의 지원합의와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의 제휴추진 등으로 한 고비를 넘긴 듯하지만 여전히 재계로서는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입장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2001년은 9ㆍ11 테러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아 기업들이 불투명한 경영환경을 돌파하기 위해 다시 뼈를 깎는 자체 구조조정을 실시한 해였다"고 회고했다. 임석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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