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르푸가 10년만에 사업을 접고 떠나는 등 세계 유수기업들이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맥을 추지 못하고 철수하는 사례가 왕왕 등장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월마트에 이어 세계 2위 유통업체인 까르푸는 이날 매각을 위한 협상 대상자로 롯데쇼핑과 삼성테스코 홈플러스, 신세계, 이랜드를 선정하는 등 우리나라를 떠날 채비를 본격 진행하고 있다.
까르푸는 지난 4일 이들 업체로부터 인수제안서를 받은 뒤 한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까르푸는 할인점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1996년 국내에 진출해 유통업계를 긴장시켰으나 결국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매각 차익만 남긴채 빠져나가게 됐다.
전문가들은 까르푸가 국내에서 고작 4위에 머물렀던 요인으로 무엇보다 우리나라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채 자국인 프랑스 등에서 성공한 방식만을 고집하려했던점을 꼽았다.
토종 할인점들이 소비자들의 입맛을 파악해 신선식품 비중을 높이고 매장을 고급화하는 한편 편의시설을 강화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이는 동안 까르푸는 제 방식만 고수하려했다는 것이다.
하다못해 국내 할인점의 매장 진열대 높이는 1.6∼1.8m인데 초창기 까르푸의 매대 높이는 2.2m로 훨씬 높아서 한국인의 체형에 맞지 않았다고 업계에서는 전했다.
또 한국내 법인의 결정권이 크지 않아 일일이 본사와 협의하느라 부지 매입 등주요 정책을 결정하는데 뒤처진 것도 한 요인으로 제시됐다.
까르푸와 같이 세계적으로 명성을 날리는 기업들이 우리나라 시장에서는 토종기업들에 밀려 고전을 하고 사업을 축소하거나 아예 철수하는 경우가 있다.
당장 월마트는 세계 유통 시장에서 1위라는 지위에 걸맞지 않게 우리나라에서는자리를 잡지 못하고 5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식품업계에서는 세계 최대의 식품회사인 네슬레가 2004년 모유를 중시하는 한국엄마들의 풍조를 읽지 못하고 분유·이유식시장에서 '세레락' 사업을 접었다.
세계적 마요네즈 브랜드인 베스트푸드도 오뚜기의 필사적인 시장사수 노력에 밀려 결국 한국 진출 15년만인 1996년 물러나고 말았다.
전자.IT업계의 경우 아예 국내 업체들이 세탁기나 냉장고 등의 대형 백색가전에서부터 LCD.PDP TV, 휴대폰, PMP, MP3P 등 각종 전자.IT기기에 이르기까지 국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상태다.
휴대전화 브랜드 중 모토로라와 노키아는 해외에서는 명성이 높지만 국내에서는후순위로 밀려있고 브라운, 필립스 등도 국내업체들이 진출하지 않은 전동칫솔이나전기면도기 등 극히 일부의 소형가전 품목에서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정도다.
해외 가전 업체들은 프리미엄 제품 위주로 일부 부유층을 공략하거나 특수한 기능을 갖춘 제품으로 특수 시장에 진출하는 등 틈새 시장을 노리는 전략으로 일관하고 있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최근 수입차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국은여전히 전 세계 자동차업체들에게 가장 파고들기 어려운 시장으로 꼽힌다.
3% 안팎인 수입차 점유율은 자국 차에 대한 충성도가 높기로 유명한 일본(8%)의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인 피아트와 시트로엥은 한국 수입업체를 통해 국내에 들어왔지만 각각 1997년과 2002년 판매를 중단했다.
관세가 8%로 미국(2.5%)이나 일본(0%)에 비해 상당히 높은데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수입차를 타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곱지 않기 때문이다.
광고업계에서는 외국계 광고 대행사가 국내업체 인수를 통해 많이 들어와있지만여전히 토종인 제일기획이 독보적인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제약업계에서는 조류 인플루엔자(AI) 치료제로 유명한 타미플루를 독점 생산하는 다국적 제약사인 로슈사가 극심한 노사갈등 등으로 인해 내년 상반기 중 경기 안성에 있는 한국내 의약품 생산공장을 폐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