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4월 30일] 생보사 배당 유감

2월에 두툼해졌던 월급봉투가 4월에는 얇아졌다. 연말정산으로 들어왔던 돈이 건강보험료 정산으로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정부는 매년 새해가 되면 지난해 많이 걷은 세금을 돌려준다. 생명보험사들도 마찬가지다. 매년 정산 후 배당을 한다. 생보사는 종신보험 등 만기가 30~40년이 넘는 장기상품을 판다. 보험료는 과거통계로 산출되고 보험금은 미래에 지급된다는 불확실성 때문에 보험료를 ‘할증’해서 받는다. 보험료는 세 가지 확률로 결정된다. 사망ㆍ사고 가능성인 예정위험률, 보험료 투자에 따른 예정이율, 상품판매와 관리에 필요한 예정사업비율 등이다. 보험사는 매년 받아간 보험료와 실제 쓴 내역을 비교해 각각 사(死)차배당ㆍ이(利)차배당ㆍ비(費)차배당을 한다. 연말정산처럼 배당이라는 정산절차를 통해 많이 거둔 보험료를 돌려주는 것이다. 보험업법 시행규칙은 ‘배당보험에서 발생하는 이익의 90% 이상은 계약자 몫이고 10% 이하만 주주 몫’임을 분명히 했다. 보험료를 부동산ㆍ주식 등에 투자해 얻은 수익도 90%는 계약자 몫이다. 물론 모든 상품이 해당되지는 않는다. 배당을 약속한 유(有)배당만 그렇다. 무배당은 배당이 없다. 감독당국은 생보사의 기본성격에 안 맞는 무배당을 못 팔도록 했다. 그러나 지난 2000년 생보사 상장에 계약자 몫이 걸림돌이 되자 무배당을 전면 허용했다. 1998년 15%를 밑돌던 무배당상품 비중이 10년도 안 돼 90%를 넘었다. 지금은 예정이율(금리)이 낮은 일부 연금을 제외하고는 유배당을 찾기가 힘들다. 생보사는 무배당을 팔면서도 보험료는 할증해 받는다. 배당에 대한 부담은 버리고 투자로 얻는 이익만 챙기는 중이다. ‘1인은 만인을 위하고 만인은 1인을 위한다’는 상부상조 정신이 보험의 기본이다. 어느새 보험의 ‘1인’이 계약자에서 대주주로 바뀌었다. 덩치 큰 생보사들은 콩알만한 신협이 100% 유배당만 팔고 이자도 더 많이 주면서 5년 동안 300억원을 배당한다는 사실을 고객들에게 어떻게 설명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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