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한중일 바둑 영웅전] 끝이 보인다

제9보(121∼150)



흑이 21로 좌하귀를 지킨 시점에서 정상적인 승부는 이미 끝나 있었다. 흑이 반면으로 12집 정도 이기는 바둑이다. 이런 바둑이면 돌을 던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지만 중국 기사들은 여간해서는 돌을 던지지 않는다. 중도포기는 스포츠맨답지 못한 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박문요의 백22를 보고 김영삼8단이 쿡쿡 웃었다. "아이고. 그 심정 이해가 가네요. 도무지 둘 데가 없거든요. 사실은 그 방면의 백대마가 아직 덜 살아 있으니까 좀 켕기기도 하고…."(김영삼) 흑25는 얄미운 수순이다. 좌하귀 방면을 확실하게 지키면서 은근히 백대마를 위협하고 있다. 흑27은 기분좋은 끝내기. 백28로 물러선 것은 어쩔수없다. 참고도1의 백1로 막으면 흑2 이하 6으로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백30은 고심의 응수인데 최후의 노림수이기도 하다. 참고도2의 흑1로 내려서면 백2, 4로 끊겨 흑이 걸려든다. 흑5에는 백6으로 치받아 아무 수도 나지 않는다. 백32는 던질 곳을 찾겠다는 수순. 지금은 저승기원으로 출입처를 옮긴 열혈 해설가 김수영7단이 자주 쓰던 말이 생각난다. 맞아죽으나 굶어죽으나 죽기는 매일반이니 대들어나 보자는 것이지요. 백40 역시 비슷한 의도이다. 흑41로 씌우는 수가 뻔히 보이는데 이렇게 엉뚱한 곳을 두는 것은 일종의 판흔들기라고 볼 수 있다. "상대가 기쁨에 겨워 춤을 추다가 실족하기를 기대하는 셈이지요."(김영삼) "하지만 오늘 이세돌은 여간 신중하지 않아요. 하기야 호랑이가 토끼사냥을 할 때도 정성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 있지요."(김만수) 아무래도 이 바둑은 이세돌의 완승국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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