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백화점이 달라진다] <下> 금기가 깨진다

[백화점이 달라진다]<下>금기가 깨진다 "고객을 위해서라면" 관행파괴 바람 '금기(禁忌)를 깨라.' 전통적으로 백화점에는 금기사항이 3가지 있다. 창문과 시계, 그리고 1층의 화장실이 그것이다. 시계가 없는 이유는 고객들이 조바심 내지 않고 쇼핑을 하도록 하기 위한 것. 고객을 매장에 좀 더 오래 묶어두려면 느긋하게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창문도 마찬가지. 날씨ㆍ시간의 변화를 감지할 수 없어야 고객은 좀 더 오래 매장에 머물 수 있다. 또 1층에 화장실이 있으면 용무를 보러 온 고객을 윗층이나 아랫층으로 이끌지 못한다. 그래서 지하나 2층에 화장실을 설치해 한 번이라도 더 고객을 매장으로 끌어들이려 한다. 그러나 최근 일부 백화점에서 이 같은 금기를 하나씩 깨나가고 있다. 고객을 배려하는 마케팅이야말로 궁극적으로 매출증가로 연결된다는 생각에서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무역점에 지난 99년말 벽걸이 시계를 걸었다. 현재는 본점을 비롯해 전점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며 시계를 볼 수 있도록 해 고객들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신세계도 강남점 1층 안내데스크와 2층 출입구에 시계를 걸어놓았다. 롯데백화점 분당점, 현대백화점 미아점과 신촌점, 신세계 강남점ㆍ광주점은 업계의 오랜 관행을 깨고 1층에 화장실을 설치했다. 백화점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1층의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해치고 다른 층으로 고객 유인을 할 수 없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의 편의를 위해 화장실을 만든 것이다. 창문은 기존건물에 새로 만들 수가 없기 때문에 아직까지 한곳도 밖을 내다 볼 수 있게 한 백화점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 새로 개점하는 백화점에서는 널찍한 창문을 구경할 날도 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한편 백화점들이 고객을 배려하는 마케팅은 이외에도 곳곳에서 나타난다. 매출이 줄어드는 것을 감수하고 매장 한가운데에 카페테리아를 만드는가 하면 행사용 매대가 차지하고 있던 에스컬레이터 주변을 고객 휴식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기도 한다. 김정선 현대백화점 차장은 "과거에는 고객들을 외부와 단절시켜 일방적으로 구매를 강요하는 식이었다"며 "그러나 최근에는 고객들이 좀더 편하고 합리적으로 쇼핑을 할 수 있도록 시계를 걸어 놓는가 하면 1층에도 화장실을 설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 "일반적으로 백화점들의 이런 금기를 깨는 마케팅은 매출에 단기적으로는 약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장기적으로는 백화점에 대한 이미지를 높인다"며 "이 같은 백화점들의 '금기파괴 마케팅'은 앞으로 계속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동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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