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국세청 正道를 가야

“대선이 있는 올해는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 아래 세법 집행기관으로서 엄정한 공직 기강을 확립하겠다.” 지난 7월 취임 1주년을 맞이한 전군표 국세청장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같이 공언했다. 선거철이면 불거져 나오는 불법 정치자금 문제에 ‘경제경찰’로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었다. 전 청장은 당시 “과세 자료가 외부로 새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자료 보안에도 힘쓰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옆 부서가 하는 일을 알 지도 못하고, 알아도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는 국세청 공무원들. 어떤 국세청 직원들은 “워낙 보안이 민감한 부처라 국세청에서는 취재가 안된다고 보면 된다”며 기자에게 친절한 조언을 해주기도 한다. 그러나 지금 그토록 강조했던 ‘중립성’과 ‘공직 기강’ ‘보안’에 한꺼번에 심각한 균열이 생기고 있다. 지난 해 9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 그의 친인척의 재산검증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국세청은 정치사찰 의혹에 휩싸여 있다. “당 유력후보에 대한 전방위 불법사찰”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에 대해 국세청은 “통상적인 업무처리”라고 맞서고 있지만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썩 개운치 않다. 여기에 정상곤 전 부동산 납세관리국장은 부산국세청장 재임 시절 저지른 1억원 뇌물수수 혐의가 정윤재 청와대 전 비서관과의 연루 의혹과 더해져 전형적인 권력비리로 재조명을 받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부산국세청이 탈세 비리 제보자의 신원을 해당 기업에 넘겨줬다는 사실이 드러나 ‘제보자 보호’라는 철칙마저 무너지고 말았다. 최근 수년간 국세청은 ‘국민이 공감하는 따뜻한 세정’ 등을 강조하며 많은 변화를 시도했고 많은 성과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국세청은 그동안 애써 쌓아 온 국민의 공감과 신뢰를 하루아침에 잃어버릴 위기에 처해 있다. 국세청 고위층의 해명처럼 일련의 사건들이 ‘우발적인 사건’이었고 언론의 ‘과잉 반응’ 일 수도 있다. 설사 그렇다 치더라도 의혹의 빌미를 제공한 ‘원죄’를 벗어날 수는 없다. 진정 국민이 바라는 것은 친근하고 따뜻한 국세청보다 엄정하고 투명하게 정도(正道)를 걷는 국세청의 모습일 것이다.

관련기사



신경립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