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기업만 탓하는 IMT 2000 정책

LG텔레콤의 2GHz 대역 IMT 2000 동기식 사업허가 취소가 사상 최초로 대표이사의 퇴진까지 야기하는 등 일파만파다. 노준형 정보통신부 장관은 “임원의 결격사유를 정의한 전기통신사업법 제6조의 2는 허가취소 대상법인 뿐만 아니라 그 관리자에 대한 책임을 강화하는 취지도 있으며 정부의 별도조치 없이도 법률에 따라 당연 퇴직효과가 발생한다”고 못박았다. 따라서 이달 말 청문회가 열리고 허가취소가 확정되면 남용 LG텔레콤 사장은 자동 면직된다. 물론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는 LG텔레콤의 사업허가권 취소를 정보통신부 장관에게 권고하면서 남용 사장과 관련, 통신산업 발전을 위해 배려해 달라고 요청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2002년부터 적용된 임원결격 사유 조항을 정보통신부와 LG텔레콤 모두 일찌감치 인지해 대처하지 못하고 뜻밖의 사태를 맞은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적지않은 위약금 때문에 LG텔레콤 역시 사업허가권 반납이라는 돌파구를 선택하지 못한 것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시장과 기술상황이 달라진 탓에 제대로 추진하기 어려운 사업을 포기하는데 불법이나 경영 부진의 책임이 없는 임원까지 퇴진해야 한다면 가혹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 시장은 언제 다시 변할지 가늠할 수 없는 정글에 다름없다. 과거 종합정보통신망(ISDN)이나 주파수공용통신(TRS), 시티폰 등 정부가 주도해 실패한 사업은 적지 않다. 동기식 IMT 2000 사업만 하더라도 출연금마저 깎아주며 정부가 코드분할다중접속(CDMA)의 성과에 집착한 결과가 이젠 도리어 관련 칩마저 구할 수 없는 현실에 부딪치게 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고속하향패킷접속(HSDPA) 같은 진전된 서비스가 나올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기업만 탓할 수 있겠는가. 따라서 정부는 보다 일찍 정책적 결단을 내리지 못한 점을 뒤돌아볼 필요가 있으며 아무리 주파수가 공동의 자산이라고 하지만 필요하다면 전기통신사업법을 보완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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