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의 신경은 좌변의 자기 미생마에 쏠려 있었다. 가에 파호하여 잡으러 오면 이쪽 대마의 생사가 가물거린다. 그냥은 잡히지 않고 최소한 패는 나겠지만 어쨌든 겁나는 입장이다. 어떻게든 선수를 뽑고 싶어 마음이 바빠졌다. 그런 심사가 또 하나의 실수를 불렀다. 흑3이 바로 그것. 조훈현이 기대한 진행은 참고도1의 백1이었다. 백3을 기다려 손을 빼고 좌변을 보강할 예정이었다. 그런데 실전보의 백4가 그의 수읽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흑5의 응수가 불가피했고 선수는 백에게 돌아갔다. 백6은 창하오의 깊은 모략이 담긴 수. 흑이 참고도2의 흑1에 올라서면 백2로 끊을 작정이다. 이 접전은 백이 모조리 잡히는 것으로 낙착되지만 백14로 출구를 봉쇄해놓고 16으로 좌변을 덮치면 좌변 흑대마는 정말로 살길이 없다. 그것을 간파한 조훈현은 실전보 흑7로 변신하여 바꿔치기를 감행해 버렸다. 백이 하변을 관통한 전과도 혁혁하지만 흑15로 챙긴 실리도 만만치 않아서 이 바꿔치기의 득실은 비슷하다. 그러나 중원의 백세력이 막강해졌으므로 백이 가로 잡으러 가는 수의 파괴력이 한층 강화되었다. 창하오는 여기서 시간을 뭉텅 쏟아부으며 장고를 했는데…. “잡으러 갈 겁니다.” 검토실 한철균의 예측이었다. 노승일ㆍ바둑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