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민심

미국이 주도하는 연합군의 바그다드 공략이 예상외로 수월하게 진쟁되자, 세계 각국이 앞다투어 `미국의 편`에 서고 있다. 반전의 상징이었던 프랑스의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독일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가 약속이나 한 듯 “우리는 미국과 영국의 편 ”이라며 이라크 정권 교체를 공식 지지하고 나섰다. 아랍권 형제국가들도 이라크에 등을 돌리고 있다. 지난 4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반전 집회는 무산된 반면 쿠웨이트에서는 전쟁지지 모임이 개최됐다. 후세인이 신봉하는 수니파 이슬람 최고지도자인 셰이크 탄타위는 후세인이 자행한 폭정과 이란ㆍ쿠웨이트 침공을 `테러리즘`이라고 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질서에 동참하려면 적극 파병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이들은 미국의 바그다드 진입작전이 시작되자 마음이 더욱 급해졌다. 정작 파병도 하기 전에 전쟁이 끝이라도 나면, `낭패`라는 생각에서다. 국회에서 동의도 얻은 마당에 하루라도 빨리 이라크 파병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민심(民心)의 변화가 무섭다. 불과 1주일전과는 너무 다르다. 지난주만 해도 미ㆍ영 연합군이 이라크의 게릴라식 공격에 당황하자, 전쟁 장기화에 대한 전망과 반전여론이 고개를 들었다. 미국과 부시정권은 이라크의 석유를 얻기 위해 사악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는 주장에 많은 사람들이 공감했다. 미군의 공습으로 자식을 잃은 어머니의 망연자실한 모습과 두팔이 모두 잘려 나가 고통에 떠는 소년의 얼굴에서 `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전쟁을 하고 있는가`라는 회의가 일었다. 그러나 민심은 달라졌다. 미국의 승전이 머지 않았다는 심증이 들면서 부터다. 세계 유일의 초강대국인 미국이 머지 않아 이라크의 심장부에 성조기를 꼽을 것이라는 확신이 전쟁의 참 모습을 가리고 있다. 배부른 임신부가 자살폭탄 공격을 해도 `왜 `라는 의문 보다는 `자살공격`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오로지 미국이 주도하는 새로운 세계질서에 동참해야 한다는 명제만 남아있을 뿐이다. 세계 각국이 전후 이라크에 대한 이권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마당에 반전이나 평화 운운하는 것은 한가한 소리고, 사치스런 이야기가 됐다. 죽어가는 사슴의 고기를 얻으려는 사자와 하이에나만이 판을 치고 있는 형국이다. 하기야 전쟁에서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채수종(증권부 차장) sjchae@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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