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심층진단] ■IMT-2000 동기식 사업자 선정 어떻게 될까

[심층진단] ■IMT-2000 동기식 사업자 선정 어떻게 될까 대기업 "불참" 요지부동… 짙은 안개 <수렁을 헤메는 동기식 사업자 선정> 동기식 차세대 이동통신(IMT-2000) 사업자 선정이 무산될 위기다. 정보통신부는 '동기 및 비동기 산업의 균형적 발전'이라는 정책 목표를 관철하기 위해 동기식 사업자 선정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하나로통신을 제외하곤 어느 업체도 '동기식 사업'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다. 게다가 하나로통신이 충분한 자금력을 갖고 있지 못한데다 무선통신에 대한 노하우도 없어 유력한 대기업들이 참여치 않는 한 동기식 사업은 무산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통부가 지난 22일 서둘러 'IMT-2000 서비스 산업 균형발전 대책'을 발표한 것은 반드시 유력한 업체들로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한다는 절박감을 표현한 것으로 평가된다. 정통부는 이날 동기 및 비동기 IMT-2000 서비스 산업의 균형적 발전을 위해▦비동기 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한 대기업의 동기식 사업 참여 허용 ▦투자비 절감 지원 ▦주파수 대역 및 식별번호 우선권 부여 등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들 조치는 대부분 자금력 등을 갖춘 대기업들이 동기식 사업에 참여하도록 유도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동기식 사업자가 기존 이동통신사업자에 2~3세대간 로밍을 요청할 경우 이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한 것도 현재 이동통신사업을 운영하지 않는 대기업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것이다. 하나로통신 뿐 아니라 다른 유력한 국내 업체들이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 동기식 사업을 추진해야 사업권 획득, 나아가 보다 성공적인 사업 추진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통부의 이런 희망과는 달리 주요 대기업들은 동기식 사업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반응이다. 현재 정통부가 내심 동기식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를 바라는 대기업은 삼성, LG, 포철 등이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동기식 사업에 대해서는 참여할 수 없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기업설명회(IR) 등을 통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통신서비스 사업에 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장비 제조업체로서 서비스 사업에 참여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게 삼성측의 설명이다. LG도 지난 연말 비동기 사업권 경쟁에서 탈락한 후 '동기식 사업 참여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아울러 LG는 수익성이 의심스럽다는 이유로 동기식 사업이 불투명하다는 주장이다. 이는 정통부의 입장과는 상반된 것으로 일종의 '외곽 때리기'전술로 평가되기도 한다. 사실 LG가 바라는 최고의 시나리오는 동기식 사업자 선정이 무산되는 것이다. 그래야 자신들이 비동기식으로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통부나 하나로통신은 포철이 그랜드 컨소시엄에 참여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정통부가 동기 및 비동기 사업에 대한 중복 참여를 허용하기로 발표한 것도 사실상 포철을 겨냥한 조치다. 포철이 강력한 현금 동원 능력을 확보하고 있는데다 통신업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 중 포철만큼 현금을 많이 확보한 업체는 거의 없다. 포철은 지난해만해도 1조5,000억원 이상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1조원이상의 감가상각비를 합치면 포철의 현금 보유규모는 2조5,000억원 내외에 이르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같은 현금 동원능력을 고려할 때 포철은 분명 매력적인 구애 대상이다. 하지만 포철의 반응은 냉랭하다. 이미 SK-IMT 컨소시엄에 주요 주주(12%)로 합세한 마당에 동기식 사업을 위한 컨소시엄 참여는 중복 투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포철은 신규 사업의 일환으로 통신업 진출을 검토했다. 하지만 현재의 국내 통신시장 여건 및 환경을 이유로 미온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파워콤 지분을 추가적으로 매입하는 것도 꺼리는 마당에 한국IMT-2000 컨소시엄 참여는 매력적인 카드가 될 수 없다. 포철 관계자들은 최근 나돌고 있는 하나로통신 인수설 또는 한국IMT-2000 컨소시엄 참여설에 대해 '우리가 봉이냐'며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결국 현재 구도대로라면 동기식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하나로통신을 축으로 한 한국IMT-2000 컨소시엄뿐이다. 하나로통신은 ▦하나로통신 10% ▦중소 벤처기업 15% ▦국민주 10% ▦대기업 30% ▦해외업체 35% 등의 지분율로 한국IMT-2000 컨소시엄을 구성키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이중 참여가 확정된 것은 470여개 중소 벤처업체들 뿐이다. 주요 대기업들이 동기식 사업 참여에 대한 거부감을 표시함에 따라 퀄컴의 참여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퀄컴은 유력한 대기업들로 그랜드 컨소시엄을 구성해야 자신들도 일정 지분을 투자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3월로 예정된 동기식 사업자 선정이 무산될 것이라는 회의론이 갈수록 세를 얻고 있다. 하나로통신과 중소 벤처기업들로 구성된 한국IMT-2000 컨소시엄이 과연 사업 수행 능력에 앞서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겠느냐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결국 주요 국내 대기업들이 참여치 않는 한 동기식 IMT-2000 사업자 선정은 공염불로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정문재기자

관련기사



정문재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