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아직 요원한 글로벌 패션브랜드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각축장인 뉴욕 패션계에 새로 입문한 사회 초년생의 좌충우돌 생존기를 그린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조만간 국내에서 개봉한다. 지난 2003년 미국에서 출간돼 6개월 만에 140만부 이상 팔렸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이다. 이 소설은 국내에서도 지난 5월 출간돼 줄곧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에 올라 있다. 프라다는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패션 브랜드다. 한때 프라다 핸드백은 우리나라 젊은 여성들에게 ‘패션 아이콘’으로 통할 정도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너도나도 프라다 핸드백을 들고 다니자 모조품이 양산되면서 프라다는 ‘짝퉁의 대명사’처럼 인식되기도 했다. 소설의 인기와 영화 개봉으로 국내에서 프라다의 브랜드 인지도는 더욱 올랐을 것이다. 짝퉁이 아무리 판을 쳐도 한국 시장에서 프라다의 명품 이미지는 굳건하다. 불황을 겪고 있지만 해외 명품 브랜드들은 한국 시장을 여전히 엄청난 잠재력을 가진 시장으로 분류하고 있다. 유난히 명품을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소비 취향을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우수한 디자인 능력과 차별화된 유통 전략, 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제공하는 것도 명품 소비가 늘어나는 이유다. 이에 반해 국내 섬유ㆍ패션 산업은 어떤가. 한때 세계적인 섬유대국으로 불렸지만 이미 사양길로 접어든 지 오래고, 패션산업은 내수시장에 안주한 나머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 명품 브랜드는 고사하고 세계시장에 내놓을 만한 변변한 패션 브랜드 하나 없는 것이 국내 패션산업의 현주소다. 몇몇 디자이너들이 밀라노나 파리컬렉션에 꾸준히 참가하면서 역량을 평가받고 있지만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의 아트 디렉터로 영입됐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을 수 없다. 패션산업이 단순히 옷이나 가방을 만들어 판매하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패션산업은 인접 산업 분야로의 확장을 통해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더 나아가 국가 이미지까지 높일 수 있는 분야다. 소설 ‘악마가 프라다를 입는다’는 명품을 만들고 소비하는 이들의 ‘패션지상주의’를 비판적으로 그리고 있지만 글로벌 패션 브랜드를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우리로서는 명품 이미지를 만들고 팔아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세계적인 패션업체들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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