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3월 9일] <1639> 포스트 잇


가만히 떠올려봤다. 주변에 포스트 잇(Post-it note)이 몇 개나 되는지. 책상과 컴퓨터는 물론 복사기에도 붙어 있다. 포위된 느낌까지 든다. 쓰임새가 그만큼 많다. 필수 사무용품처럼 굳어진 포스트 잇은 광산업으로 출발한 문구업체인 3M을 세계적 기업으로 키운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요즘은 광학ㆍ우주ㆍ의료 장비와 정보통신ㆍ화학 제품까지 생산하는 첨단기업으로 변모하고 있지만 3M의 상징은 여전히 포스트 잇이다. 포스트 잇의 성공에는 창의력과 혁신적 사고, 끈질긴 영업이 담겨 있다. 개발자는 스펜서 실버. 강력 접착제를 연구하던 그는 자국 없이 쉽게 떼어낼 수 있는 접착력 약한 제품을 우연히 찾아냈다. 문제는 눈여겨보는 사람이 없었다는 점. 낙심한 29세의 청년 실버는 다른 연구에 파묻히면서도 한 가지만큼은 잊지 않았다. 1970년 3월9일, 특허출원. 잊혀지던 실버의 기술은 10년 위인 직장 선배 아서 프라이의 손을 거쳐 빛을 봤다. 교회 성가대 지휘자였던 프라이는 찬송가 책갈피용으로 실버의 테이프를 사용해보고 신제품 성공할 가능성을 믿었다. 이때가 1974년. 아서의 설득으로 3M은 1977년부터 포스트 잇을 생산했으나 판매는 신통치 않았다. 낯설었던 탓이다. 3M이 포기하지 않고 비서와 사무원들에게 제품의 장점을 집중 홍보해나간 결과 1980년부터 주문이 밀려들어왔다. 대박상품 포스트 잇의 탄생에는 실버의 개발과 특허출원, 프라이의 유연한 사고 외에 하나가 더 깔려 있다. 연구원들이 하루 일과의 15%를 마음대로 활용할 수 있는 3M의 '15% 전략'이 없었다면 포스트 잇은 창고에서 썩거나 다른 회사로 넘어갔을지도 모른다. 직원들의 창의력을 북돋워주는 경영 시스템이 포스트 잇 신화의 숨은 주인공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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