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FTA시대 축산업 경쟁력 높이자"… 가축 性감별 연구개발 박차

선진국은 벌써 최첨단 기술로 특정 性만 분리 생산<br>소규모 농가많은 국내는 비용 너무 비싸 보급 난망<br>애완동물등 고부가 분야서 먼저 성감별 확대될듯



한미FTA 타결로 국내 축산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축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가축 성감별 생산 연구가 활발해지고 있다. 11일 과학계와 농림부 등에 따르면 미국, 일본 등 해외 선진국의 경우 최첨단 생명공학 기술을 이용, 소, 돼지의 암ㆍ수컷 중 특정 성만 집중적으로 분리 생산하고 있는 상태이다. 최근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로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 한우 축산농가를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우리의 상황에서는 이 같은 가축의 성감별 생산이 더욱 솔깃할 수밖에 없다. 일단 우리나라도 법률상으로나 국민 정서법상으로도 동물 성감별 출산은 큰 문제가 없다. 농림부 가축정책과의 한 관계자는 "가축의 성감별은 유전자 조작도, GMO(유전자조작식품)도 아닌 만큼 아무런 법적 제한이 없지만 아직까지 경제성이 낮아 외국에 비해 크게 주목 받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가축 성감별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경제적 혜택은 무엇일까. 예컨대 젖소의 경우 우유를 얻을 수 있는 성은 암컷뿐이다. 반면 한우는 단위 사료당 증체율이 높은 숫송아지가 선호된다. 또 돼지는 냄새가 적고 삼겹살을 많이 얻을 수 있는 암퇘지가, 사슴은 녹용을 생산하는 숫사슴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이 외에도 정자 성감별을 통한 선택임신은 멸종위기에 처한 동물의 번식에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가축 성감별 생산 기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동물의 정액에는 1대1의 비율로 암ㆍ수 정자가 담겨 있고, 이 정자가 수정할 때 성을 결정하는 XㆍY 성 염색체 간에는 서로 다른 DNA의 함량차이가 존재한다. 바로 이 점을 이용, 세포분리기를 통해 암ㆍ수 정자를 효과적으로 분리, 원하는 성의 정자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기술도 '시장논리' 앞에서는 힘을 잃는 법. 아직까지는 성감별에 드는 비용이 너무 높아 영세 축산농가들이 성감별 정자를 쉽게 쓸 수 없는 상황이다. 진주산업대 손시환 교수(동물생명과학과)는 "소규모 농가 중심의 국내 축산업 기반이 동물 성감별에 적극적으로 호응하기 힘든 구조"라고 설명했다. 농림부 관계자도 "성감별 수정란을 이식하는 데 드는 비용이 50만원대에 달하는데 이는 젖소 한 마리 값과 같다"며 "지금으로서는 성감별 정자를 농가에 보급한다는 것 자체가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비용문제를 감안, 지난달 바이오 벤처기업인 한국섹싱바이오텍이 국내 처음으로 미국, 캐나다에서 가축의 특성에 따라 분리된 시판용 냉동정자를 직수입, 농가에 보급키로 해 눈길을 끌고 있다. 그러나 애완동물 등 부가가치가 높은 동물로 성감별 분만이 확대되고, 기술 발달로 성감별 비용이 계속 줄어든다면 충분히 경제성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나오고 있다. 이 때는 오히려 무분별한 동물 성감별 분만으로 인한 윤리적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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