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부자가 존경받지 못하는 사회

며칠 전 한 리서치 회사가 전국 19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국의 부자관’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한 것을 신문지상을 통해 보았다. 답변의 평균치를 분석한 결과 부자는 재산 규모 89억원, 연소득 5억4,000만원, 월지출 1,200만원인 사람으로 나타났다. 또 부자 하면 떠오르는 단어는 고급 승용차, 부동산 투기, 골프, 명품쇼핑 등이었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부자들의 노력은 인정하나 존경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현재 우리 사회의 가장 큰 이슈는 양극화 문제다. 최근 2~3년 동안에 자산가치가 폭등하면서 부동산과 주식을 많이 가진 고소득층은 더욱 부자가 되고 보유자산이 별로 없는 저소득층은 더욱 가난해지는 현상이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중산층이 없어지면서 자산증가의 혜택에서 소외된 서민과 하위계층에는 박탈감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옛날에는 부자 하면 몇몇 재벌 등 소수에게 한정된 것처럼 생각되었는데 최근에는 돈 많은 부자를 주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국가적으로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터인가 우리나라에서는 부자가 존경받지 못하는 풍토가 조성돼왔다. 과거 경제개발 과정에서 정부의 특혜를 받아서 하루아침에 부를 축적한 경우, 부동산 투기를 해서 많은 돈을 벌은 경우 등 부의 축적 자체가 혐오의 대상이 되고 부정적 이미지를 갖게 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자들이 부의 사회환원을 제대로 하지 않고 부에 걸맞은 세금 등을 내지 않는다는 게 보통 사람들의 인식인 것 같다. 사실 모 그룹의 형제의 난으로 나타난 비자금 사건 등을 보면서 많은 사람들이 씁쓸함을 느꼈을 것이다. 부자들이 그들의 도덕적 의무, 즉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하지 않고 부의 축적에만 몰두하는 것을 보는 국민의 시선은 곱지 않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서는 정직하게 열심히 노력해서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훨씬 많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학교교육 과정에서부터 ‘부’를 죄악시하거나 기업을 경시하는 풍토, 또 배고픈 것은 참아도 배 아픈 것은 못 참는 풍토, 사촌이 논을 사면 배 아파하는 풍토가 우리 사회에 만연해서는 안될 것이다. 어릴 때부터 정직하게 돈 버는 것을 권장하는 사회, 부자가 부자로서의 도덕적 의무를 다하고 부자가 국민들로부터 존경받는 사회가 되어야 우리의 미래가 희망이 있을 것이다. 외국의 경우 마쓰시타 고노스께, 워런 버핏, 빌게이츠 등 천문학적인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 존경받는 것을 보면 부러움을 느낀다. 부자를 존경하지 않지만 그 노력은 인정한다고 하는 조사 결과를 보면서 부자에 대한 인식이 조금은 변하고 있는 것 같아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해본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열심히 노력해서 정당한 부를 쌓고 이를 보람되게 사용함으로써 부자가 존경받는 사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 것이 평생을 직장생활을 하면서 살아온 나의 사치스러움이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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