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現代車파업> 명분 약한 `연례행사'

`힘의 논리' 앞세운 생산성 `발목잡기'..협력업체.지역경제에도 타격

국내 노동계의 대표격이자 `강성노조의 대명사'로 불리는 현대자동차 노조가 올해로 설립 20주년을 맞는다. 현대차 노조는 1987년 7월 설립 이후 지금까지 1994년 한 해만 거르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지난해까지 햇수로 보면 20년 가운데 19년을 `연례행사'처럼 파업을 하고 넘어간 셈이다. 그런 현대차 노조가 올해는 벽두부터 파업의 깃발을 다시 내세웠다. 작년 말 회사측이 임금협약 내용대로 성과금을 예년보다 적게 지급하자 마치 `전가의 보도'라도 휘두르듯 다시 파업 카드를 꺼낸 것이다. 현대차 노조의 `20년 파업역사'를 되짚어 보면 이 노조가 얼마나 `힘의 논리'를앞세우고 있는지 단번에 알 수 있다. 납득할 만한 교섭 요구를 제시하고 사측과의 협상을 통해 합리적 절충점을 도출한 전례는 찾아 보기 힘들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조업 중단에 따른 생산차질을 볼모로 회사측을 압박해 해마다 원하는 것을 받아내는 행태가 반복됐기 때문이다. 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는 14일 "노조는 매년 협상때면 핵심사안에 대한 진지한논의를 하기 전에 파업을 위한 파업을 하려는 듯 결렬을 선언하고 파업수순을 밟은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나아가 현대차 노조는 노동계를 대표해 경영계와 `대리전'을 치르듯이 사측과 힘겨루기에 나선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현대차의 노사 협상 결과는 대다수 제조업체 노사교섭에 `가이드라인'으로 받아들여지곤 했다. 한 때 `현대차가 무너지면 노동계 전체가 위험하다'는 말이 노동계 안팎에 나돌기까지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현대차 노조가 임단협과 무관한 정치.사회적 이슈에 총대를매고 이른바 `정치파업'이나 조업 거부에 나서는 일도 잦았다. 울산노동지청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는 지난해의 경우 2월부터 비정규직 법안 반대를 위한 민주노총의 총파업 지침에 동참하는 등 모두 10차례 이상 정치파업을 벌였다"고 지적했다. 당연한 결과이지만 이처럼 해마다 되풀이되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은 회사측에 엄청난 유무형의 손실을 안겨주고 있다.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19년간 노조의 파업일수는 총 326일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19년간 거의 한 해를 꼬박 파업에 매달린 셈이다. 파업의 여파로 생산차질을 빚은 차량 대수도 100만대를 넘어섰으며,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무려 10조3천억원에 이른다는 게 현대차측의 계산이다. 특히 1998년에는 IMF(국제통화기금) 위기로 경영난에 처한 회사측이 정리해고를단행하려 하자 노조는 사상 최장 기록인 36일간의 파업으로 맞섰다. 노사간 별다른 현안이 없었던 지난해에도 현대차 노조는 32일간 파업을 벌여 1조4천억원대의 생산차질을 빚었다. 이는 바로 전년인 2003년 임단협 파업 때 작성했던 `한해 최대 생산손실 기록' 1조3천106억원을 깬 기록이다. 현대차 노조의 `명분 약한 강성투쟁'은 비단 파업에 국한된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시때때로 꺼내드는 `조업거부'나 `라인세우기 카드'다. 현대차 울산공장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나 대의원들이 사소한 문제로 회사측과 갈등을 빚는 과정에서 하루 몇 시간씩 생산라인의 가동을 중단해 회사에 막대한 손해를 입히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지난해 임단협 때는 아반떼를 생산하는 울산 3공장에서는 사측이 비정규직 조합원의 출입을 막았다는 이유로 하루 2∼5시간씩 조업을 중단하는 이른바 `보복파업'이 이뤄졌다. 현대차 노조는 또 투산을 생산하는 5공장 인근 주차장에 사측이 생산라인을 신축하려 하자 하루 4시간씩 5공장 라인을 세웠고, `산별노조 반대' 유인물이 나돌았다는 이유로 에쿠스를 생산하는 2공장 라인의 가동을 일시 중단한 바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보복파업은 회사측에 대해 경고하고 조합원들을 장악하기 위한 수단으로 집행부가 동원하는 무기"라면서 "임단협 파업 과정에서 수시로 보복파업이 벌어질 경우 대처하기가 정말 난감하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현대차 노조의 `보복파업'은 특히 지난해의 경우 울산지역은 물론 노동계 전체에서 큰 논란거리로 등장한 바 있다. 울산지역 시민단체들이 현대차 노조에 대해 파업중단을 촉구하자, 현대차 노조와 연대투쟁에 나섰던 민주노총 울산본부가 조합원들을 대상으로 백화점, 대형 할인마트 등에서 물건을 사지 말자는 취지의 `소비파업'을 부추겼던 것이다. 아울러 현대차 노조는 `산재사고시 생산라인을 중단할 수 있다'는 단협 조항 등을 악용해 사소한 문제를 빌미로 의도적으로 생산라인을 장시간 세워 회사측에 손실을 입히는 사례도 없지 않았다. 나아가 일부 대의원의 경우 노조활동 등을 이유로 근무지를 자주 이탈해 일반 조합원들로부터 원성을 사기도 했지만 현대차 공장의 관리자들은 `힘있는' 노조간부들의 `보복'을 두려워해 제재를 가하기를 꺼리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건강한 노사문화에서는 받아들여지기 힘든 이런 현대차 노조의 `적절치못한 행태'는 개선되지 않은 채 해마다 되풀이되고 있다. 여기에는 원만한 노사관계를 명분으로 노조의 눈치를 보면서 원칙적 대응을 외면해온 현대차측의 우유부단한 태도도 한 몫을 했다는 지적이다. 명분없는 노조의 강성투쟁과 이에 대한 회사측의 안이한 대응이 결합해 `파업의연례행사'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 이어져 온 것이다. 이같은 노조의 `연례파업'은 당사자인 현대차측에 생산차질, 대외적인 이미지 하락 등 엄청난 피해를 입혔을 뿐만 아니라 고유가와 환율위기 속에 어려움을 겪고있는 중소 협력업체와 지역경제에도 고통을 안겨줬다. 특히 현대차 모기업과 협력업체간 생산이 연동되는 JIT(Just In Time) 시스템을갖춘 전국 70여 1차 협력업체에게는 현대차의 파업이 생존의 위협하는 `직격탄'이 되고 있으며, 3천여개의 2차 협력업체들도 모기업의 재치기에 독감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실례로 JIT시스템으로 운용되는 울산 효문공단내 A업체는 현대차 노조가 잔업,특근거부, 파업에 들어가면 자동적으로 자사 생산라인의 가동을 멈출 수 밖에 없는 게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 업체 관계자는 "필요한 부품을 생산해 실시간으로 현대차에 공급하는 시스템으로 인해 모기업이 파업을 하면 우리도 일손을 놓아야한다"며 "모기업의 파업으로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인근 상가 상인들을 비롯, 지역 소상공인 등도 노조의 파업 때마다 매출액 차질 등 피해를 고스란히 감수할 수 밖에 없었다. 울산 중심가인 남구 삼산동의 일반음식점 주인 이모(45.여)씨는 "노조가 파업할때는 지역사회의 경기가 나빠져 손님이 크게 줄어든다"고 하소연했다. 때문에 울산상공회의소와 울산소상공인연합회, 울산음식점협의회 등 소규모 지역경제단체는 매년 현대차 노조의 파업자제와 노사화합을 촉구하는 집회와 서명운동도 실시하는 등 나름대로의 `생존 투쟁'을 펼치고 있다. 올해로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을 또다시 지켜봐야 하는 울산시민들은 안타깝고 착잡한 마음으로 이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 울산시민들은 현대차측이 이번 성과금 사태와 관련해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고이제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노사관계를 만들겠다"며 전례없이 `원칙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는 점에 주목하면서 이번 사태가 조속히 마무리 되고 나아가 `원칙에 입각한 합리적인 노사문화'가 정착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저작권자 (C )연합뉴스.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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