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정 기구 구성 제안은 정치적 '수사'(rhetoric)에 불과한 것인가?"
정치권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경제위기 등 현안의 해법을 찾기 위한 논의의 장으로서 여야정 기구의 구성을 때만 되면 단골메뉴로 내놓고 있다.
하지만 여야정 기구의 구성이 실제로 성사된 사례는 거의 없고 정당과 정치인이 정치적 반전을 노린 그야말로 말에 그친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정치권의 여여정 기구 제안은 국민의 정치 불신만 초래한다는 비판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정치권에서 여야정 기구의 구성이 필요하다면 생산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겠다는 여야의 의지와 공감대 속에 진정성을 담아 제안, 반드시 성사시켜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9일 서울경제신문의 집계에 따르면 한나라당과 민주당 등 정치권이 지난 2월25일 이명박 정부 출범 후 공식적으로 내놓은 여야정 기구 구성 제안만 17차례에 이른다. 그 배경은 미국산 쇠고기 파동서부터 민생대책, 국정정상화, 경제위기 등 다양하다. 특히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여야정 기구 제안이 지난달에만 무려 8차례로 가장 많았다. 기구 형태도 토론회나 정책협의회, 원탁회의, 협력기구 등 각양각색이다.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첫 여야정 기구 구성 제안은 지난 4월23일 강재섭 당시 한나라당 대표의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관련 '여야정 정책 책임자 토론회'다. 18대 국회 원구성 과정에서는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 고유가 대책 마련을 이유로 '여야정 민생정책협의회'를 제안했다. 또 정세균 민주당 대표가 7월6일 이명박 대통령에 '국정정상화 위한 여야정 원탁회의 구성'을 건의했다. 하지만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성사된 게 없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파급될 위기에 이르자 이번에는 자유선진당의 이회창 총재, 권선택 원내대표, 박선영 대변인 등 당직자들이 돌아가며 '여야정 경제대책 협의체' 구성을 촉구했다. 이에 홍준표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선진당의 '여야정 정책협의회' 구성을 적극 환영한다"고 화답했지만 그뿐이었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여야정 기구를 만들려면 우선 인프라가 구축돼야 한다"며 "인프라 없이 모임을 만든다는 것은 그저 밥 먹고 헤어지자는 것일 뿐"이라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우선 여당이 야당과의 정보 공유에 나서야 한다"며 "정치적 타협에 의해 이뤄지는 제안은 국민을 현혹시키는 진정성 없는 행위"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