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리빙 앤 조이] '스파이더맨 3'

촘촘해진 비주얼…느슨해진 스토리 <br>제작비 3억 달러 특수효과 압권…'고뇌하는 영웅 모습'은 사라져


3억 달러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스파이더맨 3' 은 할리우드의 대형 블록버스터다운 환상적인 특수효과와 호쾌한 화면을 보여준다.

‘스파이더맨’ 시리즈는 ‘행복한 블록버스터’였다. 엄청난 물량의 제작비로 만들어내는 화려한 특수효과와 수퍼 영웅의 고뇌라는 중심적 주제가 잘 어울러지며 영화가 흥행과 평단의 지지를 한꺼번에 얻는 드문 결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시리즈의 완결편을 표방하며 샘 레이미 감독과 토비 맥과이어, 커스틴 던스트 등 영화의 중심축이 모두 뭉친 ‘스파이더맨 3’에 기대가 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파이더맨 3’는 절반 만의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영화는 3억 달러의 제작비를 쏟아 부은 대형 블록버스터다운 환상적인 특수효과와 호쾌한 화면을 보여준다. 시리즈의 대명사라 불러도 좋을 거미줄을 타고 마천루 사이를 타고 넘는 장면도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분명 비주얼적인 면에선 전작들을 뛰어넘는다. 아쉬운 것은 나머지 절반인 스토리다. 영화의 화려함에 가려서인지 ‘스파이더맨 3’는 시리즈의 중심 주제인 ‘고뇌하는 영웅’의 이야기가 많이 약해졌다. 영화의 주인공은 스파이더맨이자 사진기자인 피터 파커(토비 맥과이어). 어느덧 뉴욕의 영웅으로 완전히 자리잡은 그는 여전히 바쁘게 생활을 하고 악당을 잡으며 한편으론 연인 메리 제인(커스틴 던스트)과 데이트를 한다. 그러던 중 피터는 숲속에서 스스로 살아 움직이는 독특한 물체를 발견하는데, 이 물체가 스파이더맨의 몸에 달라붙자 피터는 더 강력한 힘을 가진 검은 스파이더맨으로 재탄생된다. 이 물체는 정체는 ‘심비오트’. 숙주에 달라붙어 마음 속의 폭력성과 악마적 성향을 끌어내는 물질이다. 이 물체에 감염된 스파이더맨은 점점 더 폭력적이고 오만하게 변해간다. 영화는 이런 기본 줄거리 하에 세 명이나 되는 악당을 등장시켜 스파이더맨과 대결시킨다. 피터의 절친한 친구이자 1편의 악당 ‘고블린’의 아들인 해리(제임스 프랑코)는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악당 ‘뉴 고블린’이 돼 피터를 괴롭힌다. 피터의 삼촌을 죽인 탈옥수 플린트(토머스 헤이든 처치)는 탈주 중 과학실험에 잘못 말려들어 몸을 모래처럼 자유롭게 분해할 수 있는 ‘샌드맨’이 된다. 또 한명의 악당은 피터와 특종경쟁을 벌이던 동료 사진기자 에디(토퍼 그레이스). 피터에 대한 질투심으로 그 역시 악당 ‘베놈’이 된다. 언뜻 봐선 세 명이나 되는 인물과의 갈등에 검은 스파이더맨 에피소드까지 결합돼 전편들보다 복잡한 이야기로 보인다. 하지만 그 만큼의 깊이는 없다.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매력은 주인공 스스로가 자신이 가진 힘의 가치에 대해 끊임없이 자문하고 고민한다는 것. 여기서 파생되는 자기성찰의 철학은 스파이더맨을 수퍼맨 류의 여타 영웅주의 액션물과 차별되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번 3편의 스파이더맨은 더 이상 고뇌하지 않는다. 언제나 시민의 편에 서기를 주저하지 않고, 이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진짜 영웅이 된 것. 잠시 악에 물들기도 하지만 금새 회개하고 악당들을 교화시키러 나간다. 심지어 휘날리는 성조기를 배경으로 악당과 싸우기 위해 달려가는 장면을 보고 있노라면 스파이더맨의 변화를 실감할 수 밖에 없다. 어느새 영화는 이렇게 전형적인 수퍼영웅 액션물이 됐다. 배우들의 연기는 나무랄 데가 없다. 연기 잘하는 젊은 배우들인 토비 맥과이어와 커스틴 던스트는 언제나처럼 자기 몫을 해내고, 악당 샌드맨으로 출연한 토머스 헤이든 처지 등 조연들도 탄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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