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닛케이 8,700선 붕괴

고강도부실채 처리 충격·연쇄도산등 불안증폭일본 도쿄 증시의 닛케이지수가 7일 장 중 한 때 8,700선을 밑도는 등 폭락 양상을 보인 것은 한마디로 금융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뉴욕 증시 급락과 이라크전 발발 가능성 등 해외 악재가 일부 반영되기는 했지만 일본 정부의 공격적인 부실채권 정리 대책이 기업은 물론 은행의 도산을 유발할 수 있다는 시장 불안이 주가 폭락의 형태로 표출된 것이다. 부실채권 처리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강공책으로 시장이 상당한 충격을 받을 것이란 점은 이미 지난 주 가시화됐다. 일본 금융시스템 개혁이라는 총대를 멘 다케나카 헤이조 경제재정성 장관 겸 금융성 장관이 과도한 채무기업의 정리를 주창해 온 KPMG 컨설팅의 기무라 타케시 사장을 포함, 개혁 성향의 인사로 부실채권 처리를 위한 전담팀을 구성하자 3일 닛케이지수는 19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폭락하고 재계 단체인 게이단렌(經團連)의 반발을 초래했다. 현재 일본 재계를 비롯한 금융권, 관료사회, 자민당 등은 경제 펀더멘털이 약화된 상태에서 부실채권 처리를 밀어 붙일 경우 일본 경제 전반에 엄청난 충격을 몰고 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은행들이 부실기업과의 거래를 중단, 건설회사와 소매업체 등 재무구조가 취약한 회사들이 잇따라 도산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곧 실업률 상승과 디플레이션 압력 가중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는 것. 이 같은 상황에서 일본의 4대 은행도 부실채권 처리 과정에서 파산처리 될 수 있다는 다케나카 장관의 언급은 시장의 우려를 한단계 '레벨 업'시키는 기폭제가 됐다. 이와 관련, 다케나카 장관은 7일자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의 4대 은행은 너무 커서 도산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느냐는 질문에 "거대 은행은 장점도 있지만 도산시키기에 너무 크다는 생각은 없으며, 그 같은 생각은 모럴 해저드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다케나카 장관은 기왕에도 부실채권 처리와 관련한 기업 파산 처리시 대기업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혀 왔었다. 현재 일본의 대다수 시장 참여자들은 금융시스템 개혁이 절실하다는 점에는 인식을 같이 하고 있지만 일본 경제가 그 같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을 만큼 튼튼하지 못하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부실채권 처리에 따른 고통을 경감시켜 줄 수 있는 대책이 전제되지 않는 한 주가 하락에 브레이크를 걸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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