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는 언제나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 강자라는 말에는 많은 경쟁자 혹은 반대자의 무덤 위에 올라섰다는 의미가 숨어있다. 그 과정으로 들어가 보면 살벌하기 그지없다.
마피아 세계에서는 살육의 피비린내를 풍긴다. 패배자와 그의 추종자들은 호시탐탐 복수의 그날을 손꼽으며 와신상담한다. 강자의 위기는 극렬한 경쟁자 혹은 반대자에 의해 조성되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실은 강자의 오만이 사태를 불러들인다.
강자의 위기는 하나의 시대적 현상이 되고 있다. 안팎에서 동시다발이다. 이른 바 '노풍'이라는 일진광풍이 일어나기 전에는 이회창 야당 후보는 절대 강자였다. 그가 다음 대통령이 될 것이라는 건 '뻔할 뻔자'였었다.
그러나 급전직하, 이 절대 강자는 참담하게 여론의 패배를 맛보지 않으면 안 되었다. 전혀 상대도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여당의 노무현 후보에게 20% 포인트를 넘는 격차로 지지율이 추락했다.
그러나 의기 양양했던 노 후보도 불과 1개월 남짓만에 핀치에 몰리고 있다. 지지율 격차가 좁혀지더니 드디어 '오차 범위'안으로 접근되어 버렸다.
영원한 강자는 없다지만 너무도 급격하게 반전되는 조석변이의 국면이다. 이것도 이제까지의 권력과 질서의 법칙으로 보면 급격한 변화의 한 현상이다. 대세와 시운은 옛날처럼 길게 유지되는 게 아니다.
강자란 정치적으로 아무리 겸양을 떨어도 우월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네가 감히'하는 자만심은 방만한 심리를 길러내고 내일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는 위기의 판독력을 약화시킨다.
테러를 맞은 미국도 그렇고 이후보도 노후보도 그렇다. 더욱이 지금은 정보의 스피드 시대, 대중은 자신들의 지지자나 우상을 하루아침에 바꿔 칠 수 있는 충분하고도 필요한 정보들을 눈 깜짝 할 사이에 공유한다.
시대 현상에는 전이(轉移)효과라는 것이 있다. 강자의 위기는 기업세계라고 예외는 아닐 것이다. 국내의 강자 기업들은 말할 것 없고 물 건너에서는 에너지 유통분야의 강자 엔론이 붕괴되는가 하면 휴대폰 시장의 만년 강자의 지위를 누릴 것 같은 노키아가 흔들리고 있다고 한다.
구조적인 요인들도 있지만 오만이 만들어 낸 함정에 빠지고 있는 게 보인다. 시장에 존재한다는 '보이지 않는 손'은 수요와 공급 그리고 가격만 움직이는 게 아닌 것 같다. 인성(人性)은 이제 정치에도 경영에도 흥망성쇠를 가름하는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손광식(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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