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기업의 日日新又日新

미국의 경제전문잡지 포천지는 지난 5월호에서 미국 기업이 실패하는 이유를 분석한 기사를 실었다. 지난해만 해도 K마트ㆍ폴라로이드ㆍ아더앤더슨 등 굴지의 대기업을 포함해서 257개의 공개법인이 파산을 선고했고 그 자산가치는 2,580억달러에 이른다. 포천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에 포함된 거대기업이며 미국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절대로 쓰러지지 않을 것처럼 생각되던 기업도 다수 포함돼 있다. 20세기 초인 1900년에 있었던 미국의 25대 기업 중 1960년까지 남은 기업은 제너럴일렉트릭(GE)과 US스틸 등 두개뿐이고 나머지 23개 기업은 파산했거나 다른 기업에 합병돼 사라졌으며 그후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상위 그룹에 남아 있는 회사는 GE 한 회사밖에 없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80년까지 세계 금융가를 주름잡던 미국의 10대 상업은행 중에서 지금까지 그 이름이나마 남아 있는 은행은 시티뱅크ㆍ체이스ㆍ뱅크오브아메리카(BOA) 등 3개뿐이며 실질적으로 은행의 본체가 계승되고 있는 것은 투자은행인 트레블러스와 합병한 시티뱅크 하나뿐이다. 흡수합병으로 이름이 없어진 것이 대부분이며 아주 없어진 은행도 있다. 멀리는 100년, 가깝게는 20년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아무리 큰 기업이라 하더라도 쉽게 없어지고 기업의 성공은 인생의 그것처럼 진실로 덧없음을 느낄 수 있다. 미국과 같이 경제여건이 성숙되고 안정된 사회에서 이러할진대 한국과 같은 신흥 산업국가의 경우에는 기업의 흥망은 더욱 냉혹한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포천지가 기업 쇠망의 원인을 인생을 그르치는 것과 아주 흡사하다고 분석한 것이 흥미롭다. 기업이 경계해야 할 자세는 교만함, 이기심, 지나친 기대심리, 게으르고 철저히 검토하지 않는 업무자세, 탐욕, 거짓, 그리고 부정적 태도 등으로 요약되며 그 결과는 기업의 쇠퇴와 파산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망하는 회사는 대개가 성공에 도취해서 지나치게 낙관적으로 사태를 판단하고 현실에 만족해서 주위의 변화에 적절한 적응 전략을 세우지 못한다. 경쟁자를 두려워하기보다는 상사를 무서워하는, 대화가 단절된 풍토의 회사는 뒤처진다. 과감한 기업 인수로 기업이 감당할 수 없을 부채를 끌어안거나 이사회가 무력화돼 집행부에 대한 견제기능을 갖지 못하는 기업은 쇠망의 길을 걸었? 과감한 의사결정에 따른 경영책임을 지지 않는 위험한 기업문화, 한번 시장에서 신뢰를 잃으면 하루 아침에 기업이 넘어갈 수밖에 없는 신경제의 회오리 등도 기업 흥망에 중요한 요소로 꼽힌다. 이러한 현상은 97년 외환위기 전까지 한국 기업풍토에 만연돼 있던 일반적인 현상이었다. 기업의 문어발식 확장, 철저한 타당성 검토 없는 신규사업과 해외투자, 과당경쟁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모함, 형식적인 이사회 기능과 책임경영이 따르지 않는 기업문화, 회장이나 사장의 지시는 팥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거부하거나 이견을 제시할 수 없었던 기업풍토 등.. 포천지가 열거하고 있는 기업의 경계사항 거의 대부분이 한국 기업들이 갖고 있는 문제라고 하겠다. 산업발전의 초창기인 고도 성장기에는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하더라도 일사불란하고 신속ㆍ과감한 결정이 필요했다. 제한된 자원으로 경제발전을 이뤄야 하는 여건에서 어쩌면 불가피한 현실이었다. 이러한 경영 스타일이 한때 한국 기업의 장점으로 부각된 일이 있었고 저간의 성과를 가져왔던 점을 간과할 수는 없다. 그러나 급격한 세계화 조류에 절절히 대응하지 못한 우리 기업들은 외환위기를 맞게 됐고 자의보다는 외부적 강요에 의해 생존을 위한 변화와 개혁에 피나는 노력을 했다. 한국은 유사시에 순발력 있게 대응하는 저력이 있기 때문에 신속하고 과감한 경제개혁을 단행, 국내외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아직 선진경제국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경제개혁의 진행을 누구나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의 지배구조, 사외이사제도의 도입, 경영의 투명성 문제, 상의하달만이 가능했던 일방적 의사결정과정의 개선 등에서 많은 개선이 있었다고 본다. 그러나 사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개혁 피로현상 등의 이야기는 아주 조심해야 할 주제다. 미국의 일류 기업도 변화를 계속 추구하지 못하면 사라지고 마는 냉혹한 시장원리를 이해해야 한다. "하루하루를 새롭게 하고 또 새롭게 해야 한다"는 옛 성현의 말씀을 되새겨야 하겠다. '일일신 우일신(日日新 又日新)'이라는 말은 오늘날 끊임없이 변화의 자세를 간직하고 있는 기업만이 발전을 계속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김영만 주한 美상의 명예회장 document.write(ad_script1); ▲Top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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