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년 5.3% 성장' 의미·전망전쟁·유가등 복병… 지구촌 경제 디플레 우려감
한국경제의 앞날에 자꾸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부동산 침체와 내수부진, 재정적자로 힘겨워하는 미국경제, 지구촌경제의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속 경기침체) 우려확산, 미ㆍ이라크 전쟁 임박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 우려 등 성장가도 앞을 가로막는 복병들이 만만치 않다.
부동산 과열, 가계대출 급증, 소비둔화, 물가상승 압력 등 내부의 불안요인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 한국개발연구원(KDI), 내년 5.3% 성장
KDI는 17일 내놓은 3ㆍ4분기 경제전망보고서에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5.3%로 예상했다. KDI의 추정치는 그동안 국내외 연구기관들이 발표한 내년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이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팀장은 "최근 우리 경제는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주식시장이 침체되고 경기회복 속도도 다소 둔화되고 있다"고 하양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또 "부동산가격과 가계대출의 이상급등 등 내부적 위험요인도 증폭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 흔들리는 세계경제
내년 국내경제의 비관적 시각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가장 큰 이유다. 특히 미국이 관건이다.
루빈 미 재무장관은 "미국경기는 문제가 없으며 완만하나마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으나 미국경기를 보는 외부의 눈은 결코 곱지 않다.
미국 내 경제전문가들조차 미ㆍ이라크 전쟁이 터질 경우 세계의 경제성장률이 최소 0.25%포인트에서 최대 1%포인트까지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UN 역시 최근 내년 세계 경제전망을 당초 3.2%에서 2.9%로 내려잡았다. 존 로스키 무디스 수석연구원은 "미국경기가 침체할 경우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어떤 식으로든 충격을 주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7일 "미국경제 전망이 밝지 않다"고 언급한 것도 내년 우리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 디플레이션 가능성도
그동안 경기회복을 주도했던 소비증가세가 둔화되면서 내년 상반기 이후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휩쓸릴 것이란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한국의 디플레이션 가능성과 금융기관 영향' 보고서에서 '부동산 시장의 버블(거품) 붕괴 가능성, 경제회복 불투명 등으로 우리나라도 선진국들과 같이 디플레를 맞을 우려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전망은 민간연구기관이 아닌 정부기관이 처음 제기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만약에 부동산 거품이 한꺼번에 꺼지고 가계대출 부실이 줄줄이 터져 나올 경우 우리 경제도 지난 80년대 초반 이후 지금까지 거품붕괴로 고생하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우려가 크다"고 입을 모은다.
▶ 내부 불안요인 축소해야
KDI는 이럴 때일수록 국내의 불안요인부터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책방향의 초점을 가계대출 억제, 부동산 과열 진정, 보수적인 통화정책, 예금보험의 차등보험료율제 도입 등 내부단속에 맞춰야 할 것이란 지적이다.
이와 함께 경기를 띄우기 위해 부양책을 쓰는 것은 중장기적인 안정성장에 짐이 될 것이기 때문에 자제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조 팀장은 "재정정책도 당분간은 중립이나 다소 긴축적인 기조로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권했다.
박동석기자
이연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