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미국의 대러 강경 모드가 내년에 출범하는 친러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도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번 조치와 관련한 성명에서 “더 크고 더 좋은 일로 넘어가야 할 때”라며 부정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의회를 장악한 공화당과 민주당이 ‘벌써 해야 했을 일을 너무 늦게 했다’며 더 강력한 제재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무작정 뒤집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사태로 냉각된 미러 관계가 이번 조치로 더 얼어붙을 게 뻔하다.
양국관계 악화로 내년 국제정세 불확실성은 더 심화할 수 있다. 그러잖아도 미중 갈등이라는 또 다른 변수가 도사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경제적으로 세계무역기구(WTO)의 중국에 대한 시장경제국 지위 부여에 반대하고 군사적으로는 남중국해에서의 중국 견제를 강화하고 있다. 트럼프 차기 행정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환율조작국 지정과 보복관세 부과 등 무역제재를 경고했다. 미중 갈등 위에 미러 충돌이 올라탄 셈이다. 일각에서 ‘신냉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북핵 문제에 직면해 있는 우리로서는 이런 소식들이 전혀 달갑지 않다. 공조를 강화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균열의 여지가 커졌으니 걱정만 한가득 더 쌓였다. 국제정세 불안이 고질적인 지정학적 리스크를 키울 수도 있다. 기뜩이나 국정혼란과 경기 침체에 시달리는 우리나라로서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그나마 충격을 줄이려면 경제부터 외교·안보당국까지 모두 정신 바짝 차리고 대비해야 한다. ‘반년 시한부 내각’이라는 한가한 자조나 하고 있을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