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IT

"리모컨 대신 말로"…TV셋톱박스 'AI대전'

SKB IPTV 'B tv x 누구' 선보여

8중 복합조건으로 음성검색 가능

KT '기가지니' 가입자 50만 돌파

LGU+·CJ헬로도 잇따라 도전장



가정 안방을 차지하기 위한 인공지능(AI) 기술 경쟁이 스피커에서 셋톱박스(방송수신기)로 옮겨붙었다. 음성을 중심으로 한 서비스에서 영상 분야까지 AI 보급 영역이 확장된 것으로 TV 시청 습관의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보인다.

SK브로드밴드는 25일 음성검색이 가능한 인터넷 멀티미디어 방송(IPTV) 셋톱박스인 ‘B tv x NUGU(누구)’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셋톱박스는 모기업인 SK텔레콤(017670)의 AI 플랫폼(기반 서비스) ‘누구’를 결합한 것이다.

SK브로드밴드는 이 셋톱박스를 통해 등장인물이나 장르, 출시연도 등의 8중 복합 조건으로 TV 시청 중에 음성명령으로 각종 콘텐츠를 정확하게 검색할 수 있도록 했다. 예를 들어 ‘2000년대에 나온 미국 영화를 찾아줘’라고 검색한 다음 결과물이 표출되면 ‘이 중에서 무료 영화만 골라줘’라고 음성명령을 내려서 재검색을 하는 것도 가능하다. 윤석암 SK브로드밴드 미디어부문장은 “콘텐츠 검색 결과를 재검색하고 재정렬까지 실행하는 기능은 B tv x 누구에서만 가능한 기능”이라면서 “앞으로 이를 개인 맞춤형 추천 기능과 결합한 서비스로 발전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셋톱박스를 통해 삼성전자(005930)LG전자(066570) 등 80여개 제휴사가 제조한 에어컨, 공기청정기 등 300여개 가전 기기를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기능도 넣었다.


KT(030200)는 이미 지난해 셋톱박스 기능을 하는 AI 기기 ‘기가지니’를 선보였다. 당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 앞다투어 AI 스피커를 준비하는 상황에서 IPTV 셋톱박스 기능까지 담은 기기를 내놓아서 시선을 끌었다. 기가지니는 최근 출시 후 1년 만에 가입자 50만명을 돌파하며 시장에 안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외국어 학습 기능과 유통사와의 제휴를 통한 주문 서비스가 특징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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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032640)는 국내 검색 시장 1위 기업인 네이버와 손 잡고 지난해 말에 IPTV 셋톱박스를 보조하는 스피커 ‘프렌즈플러스(+)’로 AI 시장에 도전장을 냈다. 프렌즈 플러스 자체는 방송수신 기능이 없지만 셋톱박스를 도와 사용자의 음성 검색명령을 인식한다. 특히 VOD뿐만 아니라 네이버 엔진을 통해 일반 웹 검색 결과까지 보여준다. 프렌즈 플러스가 없어도 기존 셋톱박스 리모컨을 활용해 음성명령을 내릴 수 있다.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CJ헬로(037560)는 지난해 7월 ‘예약녹화’ 기능을 갖춘 AI 기반 셋톱박스 ‘헬로 tv UHD Red’를 출시했다. 아직 음성인식 기능을 지원하지는 않지만 시청 중에 놓친 화면을 최대 90분까지 되돌려 볼 수 있는 ‘타임머신’ 등 다양한 최신 기술이 담겼다. 최근에는 세계 최대 콘텐츠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탑재했다. CJ헬로 관계자는 “음성인식 기능은 올해 중 업데이트를 통해 추가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음성인식 스피커를 중심으로 싹을 틔운 AI 기기 시장이 셋톱박스로 넓어지는 것은 어느 정도 예견됐던 일이다. 음성인식 성능과 대화 기술의 고도화로 소리뿐만 아니라 화면을 통해 영상과 이미지의 검색 결과를 표출하는 등 복잡한 서비스를 수행할 수준에 이른 덕분이다. 게다가 셋톱박스는 TV를 보유한 가정이라면 기본적으로 갖추게 되는 가전기기여서 스피커와 비교해 사용자의 구매 저항감이 적다는 특징도 있다.

박명순 SK텔레콤 AI사업본부장은 “기존 스피커 ‘누구’는 오디오 기반 기기였는데 (듣고 지나가기 때문에) 휘발성이 높다는 점은 한계로 꼽혔다”며 “이번에 나온 셋톱박스 B tv x 누구에서는 날씨를 물으면 TV 화면으로 이미지까지 띄워주는 만큼 이 같은 단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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