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경제성장률이 10년 만에 최고치를 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확대로 인한 경기회복, 포퓰리즘 우려 감소, 프랑스발 노동개혁 효과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금융위기 직전과 맞먹는 성장률을 이뤘다.
유럽연합(EU) 공식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는 30일(현지시간) “유로존의 2017년 연간 성장률이 2.5%로 잠정 집계됐다”며 “지난해 4·4분기 GDP 성장률은 0.6%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2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EU의 한 해 성장률도 2.5%로 조사됐다. 유로존의 이 같은 성적은 EU 탈퇴를 선언한 영국(1.8%)은 물론 미국(2.3%)의 지난해 성장률까지 웃도는 수치다. 이 같은 유로존 성장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 2007년(3%) 이후 10년 만의 최고 성적이다. 2009년(-4.5%)과 비교하면 7%포인트 급등했다. 앞서 유로스타트는 1·4분기 0.6%, 2·4분기와 3·4분기 각각 0.7%의 GDP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2008년 불어닥친 금융위기로 유로존이 혼란을 겪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양적완화 정책을 추진하며 경제회복의 동력을 만들었다. 특히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노동개혁과 감세정책을 밀어붙이며 독일과 함께 역내 투자를 활성화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프랑스의 경제성장률은 1.9%로 2011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독일의 성장률은 2.2%로 나타났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해 프랑스의 개인투자는 1년 전 대비 4.3% 증가하며 전년 증가율 3.4%를 넘어섰다”며 가계지출에 대한 의존도는 낮아지고 투자 비중이 높아지는 점이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유로존의 문제아로 평가받던 그리스·키프로스·포르투갈·아일랜드의 경제가 정상궤도로 진입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파산위기에 몰렸던 그리스가 올여름 8년 만에 구제금융을 졸업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이 대표적이다. 미 경제전문 매체 CNBC는 “그리스 등이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구제금융을 받는 대신 예산을 대폭 삭감하면서 경제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으나 최근 우려가 잠잠해졌다”며 “이는 역내 경제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줬다”고 분석했다. 이어 “지난해 프랑스 대선과 네덜란드 총선에서 포퓰리즘 정당 후보들이 패배하면서 반유로운동이 잠잠해졌다”며 정치적 리스크도 완화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올해도 유로존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유로 강세와 높은 실업률 등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CNBC는 최근 달러 대비 유로 가치가 3년래 최고치에 달한 점을 언급하며 “유로 강세가 지속되면 유럽의 수출 경쟁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