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양보가 北 도발 불렀다'는 트럼프의 연두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의회에서 발표한 연두교서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해 “안주와 양보는 침략과 도발을 불러올 뿐”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우리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한 뒤 “우리는 이를 막기 위해 최대의 압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를 위험에 빠뜨렸던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도 나왔다. 역대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인 ‘전략적 인내’가 트럼프 행정부에는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가 던진 메시지는 분명하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는 것 외에 다른 해법이 존재할 수 없다는 강력한 의지의 선언이다. 이 때문에 트럼프가 핵 보유국임을 주장하는 북한과 협상 테이블에 앉는 것은 당분간은 실현 가능성이 크지 않다. 여기에 주한 미 대사로 내정됐던 빅터 차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 석좌의 낙마가 맞물리면서 북한 핵에 대한 미국의 입장은 점점 강해지는 분위기다. 대화보다 제재와 압박에 무게를 두고 있는 트럼프 행정부에는 협상의 여지를 남기는 빅터 차가 못마땅했을 수 있다. 한동안 잠잠했던 초강경 대북 옵션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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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수준의 대북 제재를 재천명한 트럼프 대통령의 연두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남북관계를 대화 국면으로 이끌고 가려는 우리 정부의 스탠스와 다소 차이가 있다. 그러잖아도 미국 내에서는 북측에 끌려다니는 한국 정부에 대한 불만이 심심찮게 나오는 상황이다. “평창올림픽이 북한에 공중납치 당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이러한 분위기가 계속된다면 잠복해 있던 ‘코리아 패싱’ 논란이 또 불거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평창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이 중요해진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하기 전까지는 양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북핵 해결 없는 대화 시도는 문제를 더 꼬이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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